얼마 가지 않아 사라질 것만 같던 바이러스의 위협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낯설게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일상을 지키기 위해 매일 손소독제를 사용한다. 그러나, 정말 손소독제가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데 효과가 있는 것일까? 이는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이기도 하다. 이번 월간글립 11월호에서는 ‘단백질 구조’에 초점을 맞추어 COVID-19을 일으키는 SARS-CoV-2바이러스가 어떻게 우리 몸을 침투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용하는 손소독제가 어떤 원리로 감염을 막게 되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SARS-CoV-2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인간에게 심각한 호흡기 증후군을 일으킨다. 스스로 에너지 및 유기물을 만들어내는 박테리아와 달리 바이러스는 다른 유기체의 세포 안에서만 생명활동을 하는 생물과 무생물의 중간적 존재이다. 2019년 말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집단 폐렴 원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확인되어, 바이러스의 초기 명칭은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2019-nCoV)이었다. 이후 2019-nCoV의 유전자 서열 분석 결과 2002-2003년 대유행을 일으킨 SARS-CoV와 79.5%를 공유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에 바이러스 분류 국제위원회(International Committee on Taxonomy of Viruses, ICTV)는 바이러스의 명칭을 2019-nCoV에서 SARS-CoV-2로 바꾸었다. SARS를 일으켰던 바이러스와 많은 부분이 닮아있는 SARS-CoV-2의 가장 바깥쪽, 즉 외피에는 4가지 구조 단백질인 Envelope (E), Membrane (M), Nucleocapsid (N) 및 Spike (S) 단백질이 존재한다.[1]
Fig 1. SARS-CoV-2의 형태.[2] (출처: The Verge) Fig 2. SARS-CoV-2 외피의 단백질 구성.[3] (출처: Sigma-aldrich)
E와 M 단백질은 바이러스의 조립을 돕고, N 단백질은 RNA 합성에 필요하다. 이 글의 주인공이기도 한 S 단백질은 바이러스 결합 및 숙주 세포로의 진입을 담당하는 중요한 단백질이다.
Fig 3. Cryo-EM을 통해 확인된 SARS-CoV-2 S 단백질의 구조.[4]
Fig 4. 인간 ACE2 수용체(푸른색)와 SARS-CoV-2의 S 단백질(붉은색)의 상호작용.[5]
(출처: Live science)
SARS-CoV-2의 S 단백질은 685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S1 소단위, 그리고 588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S2 소단위로 이루어져있다. S1 소단위는 숙주 세포에 위치한 ACE2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2,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수용체의 특정 부분과 상호작용하여 수용체와 바이러스의 결합을 매개하는 수용체 결합 영역 (Receptor Binding Domain, RBD)을 갖는다.[4] 숙주 세포의 수용체 또한 S 단백질과 마찬가지로 단백질이다.
Fig 5. 인간 ACE2 수용체와 SARS-CoV, 2019-nCoV 바이러스의 결합 부위에 해당하는 단백질 구조.[6]
위의 Fig 5.A에서도 볼 수 있듯, SARS 바이러스인 SARS-CoV (주황색)와 COVID-19 바이러스인 SARS-CoV-2 (자주색)의 수용체 결합 부위는 매우 유사한 구조를 가진다. Fig 5.B에서 알파벳 대문자는 하나의 아미노산을 의미하며, 두 바이러스의 RBD와 ACE2 수용체의 아미노산 간의 상호작용을 확인할 수 있다. SARS-CoV-2의 RBD 영역은 아미노산 잔기 사이의 수소결합 등 분자 간 인력을 통해 ACE2 수용체와 결합한다. 두 바이러스의 아미노산 서열이 대부분 동일하기 때문에 두 바이러스 모두 수용체 ACE2에 위치한 아미노산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 ACE2 수용체와의 결합 부위가 유사하다는 점에 기반하여 SARS 치료제를 COVID-19의 치료제 개발에 참고하기도 했다.
Fig 6. SARS-CoV-2 바이러스의 세포 내 침투 과정.[7]
SARS-CoV-2가 인간 세포에 침입하는 과정을 살펴보자. 가장 먼저 코로나바이러스 외피의 S 단백질은 표적 세포 표면에 있는 ACE2 수용체에 결합한다. 다음으로 세포막을 관통하는 막 단백질인 TMPRSS2 (세린 프로테이스의 일종)는 ACE2 수용체에 결합하고 이를 절단한다. 이 과정에서 활성화된 S 단백질과 절단된 ACE2 수용체는 바이러스 진입을 촉진하게 된다. 즉, TMPRSS2가 발현되면 세포 내부로의 바이러스 침투가 증가한다.[7]
세포 내부로 들어가게 되면 우리의 면역 세포 군단이 바이러스를 찾아내기 어려워진다. 따라서 바이러스를 죽이는 일보다 바이러스 침투를 막는 것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이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손소독제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소독제는 어떻게 감염을 예방하는 것일까?
소독제에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에탄올 (Ethanol)과 같은 알코올 성분은 인지질과 단백질로 구성된 외피를 보유한 바이러스에 대해 효과가 있다. 에탄올이 바이러스의 외피를 녹여 바이러스가 외부에서 죽거나, 체내에 들어가더라도 외피에 위치한 S 단백질이 사라진 상태이기 때문에 세포로 침투할 능력이 없다. COVID-19와 SARS, MERS를 일으키는 코로나바이러스나 인플루엔자바이러스 등은 모두 외피가 있다. 아이소프로판올은 빠르게 증발하는 알코올로, 거품 발생을 줄이고 다른 성분을 잘 녹게 만들어 손소독제 뿐 아니라 로션, 클렌징 등 스킨케어 제품에도활용된다.[9]
알코올 이외에도, 일부 소독제에는 Chlorohexidine, Benzalkonium Chloride와 같은 소독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또 글리세롤은 피부의 수분이 알코올과 함께 기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보습 성분이다.
Fig 7. 손소독제에 포함되는 알코올 성분. 왼쪽부터 에탄올, 프로판올, 아이소프로판올.[8]
Fig 8. 손소독제에 포함되는 기타 성분.[8]
전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은 끊임없이 변하는 SARS-CoV-2의 S 단백질 구조를 풀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는 백신 개발과도 연결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단순히 공포의 대상이라는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 단백질의 시선에서 한 번쯤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 문헌과 그림 출처]
[1] Santos, R.A.S., Ferreira, A.J., Verano-Braga, T., and Bader, M. (2013). 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angiotensin-(1-7) and Mas: new players of the renin-angiotensin system. J. Endocrinol. 216, R1–R17.
[2] https://www.knowablemagazine.org/article/health-disease/2020/closing-new-coronavirus
[3] https://www.sigmaaldrich.com/technical-documents/protocols/biology/ncov-coronavirus-proteins.html
[4] Wrapp, D., Wang, N., Corbett, K. S., Goldsmith, J. A., Hsieh, C. L., Abiona, O., ... & McLellan, J. S. (2020). Cryo-EM structure of the 2019-nCoV spike in the prefusion conformation. Science, 367(6483), 1260-1263.
[5] https://www.livescience.com/why-coronavirus-attaches-stronger-human-cells.html
[6] Li, F., Shang, J., Ye, G., Shi, K., Wan, Y., Luo, C., ... & Auerbach, A. (2020). Structural basis for receptor recognition by the novel coronavirus from Wuhan.
[7] Rabi, F. A., Al Zoubi, M. S., Kasasbeh, G. A., Salameh, D. M., & Al-Nasser, A. D. (2020). SARS-CoV-2 and coronavirus disease 2019: what we know so far. Pathogens, 9(3), 231.
[8] https://www.compoundchem.com/2020/03/04/hand-sanitisers/
[9] 김진호, 손 소독제는 바이러스를 어떻게 죽이는 걸까, 동아사이언스, 2020.03.28
Written by GLEAP 9기 이석영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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