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지구상에서 인류와 함께 살아가는 생물은 약 870만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는 인류와 같은 동물에서부터 식물, 균류, 고세균, 세균까지 특성이 전혀 달라 보이는 수많은 생물종이 포함된다. 그러나 이들의 조상을 찾아 계보를 그려보면 결국 하나의 종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다시 말하자면 모든 생물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분화했을 것이다. 종의 분화는 결국 여러 세대의 변화가 축적되어 다른 종과는 구별되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며 이루어지는데, 이를 ‘진화’라고 한다. 진화는 생물의 역사와 상호연관성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개념이다.
최근 이러한 특징에 주목하여 진화의 개념을 차용해서 지질시대를 재조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지질시대는 거의 땅의 기록으로만 시대상을 알 수 있으므로, 결국 땅을 이루는 암석과 그 암석을 이루는 광물을 통해서 주로 이해된다. 광물 진화 (Mineral Evolution) 가설은 지질시대를 거치면서 광물의 종류가 더욱 풍부해졌음을 제시한다. 광물은 생물이 아니므로 여기에서의 진화는 축적의 의미에 가까우며, ‘멸종’은 일어나지 않았다.
Figure 1. 광물 진화(Mineral Evolution)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진화를 논하기 위해서는 ‘공통 조상’이 필요하다. 빅뱅으로 우주가 형성된 이후 태양계 탄생 이전에도 이미 수많은 항성이 있었다. 항성의 죽음에 의해 성간 물질이 생성되었는데, 성간 물질의 대부분은 가스 형태의 수소와 헬륨이지만 탄소를 포함한 극미세 광물 입자도 일부 조성되었다. 태양계 형성 초기 생성된 운석에 대한 분석과 행성간 먼지 (Interplanetary Dust Particles, IDP)에 대한 조사를 통해 현재까지 알려진 당시의 광물은 12종이었다. 항성의 죽음 과정에서 탄소가 풍부한 환경이 만들어져 12종 중 가장 먼저 만들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광물은 탄소 광물 중 가장 녹는점이 높은 다이아몬드(C)였다.(Figure2)
Figure 2. 다이아몬드 원석.
성간 물질로부터 태양계가 탄생하며 환경이 급격히 바뀌었다. 성간 물질 분포가 불균등한 지점을 중심으로 물질이 모이며 태양이 형성되고 또한 여러 미행성들이 형성되었다. 이 당시의 지질 환경은 석질 운석의 일종인 콘드라이트(Chondrite) (Figure4) 운석 내부에 박힌 콘드률(Chondrule)을 통해 추정할 수 있다. 콘드률은 우주 먼지 입자가 초~분 단위의 급격한 가열을 받아 녹은 이후, 다시 냉각되며 생기는 구조이다. 이때, 냉각되는 과정에서 주변의 가스와 반응하거나, 재결정되며 새로운 광물이 형성된다. 이후, 콘드라이트 운석과 같은 석질 운석 혹은 미행성들이 서로 충돌하며 성장하고, 지금의 행성 혹은 소행성을 형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약 250종의 광물이 형성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Figure 3. 콘드라이트 운석. 은백색으로 박힌 점들이 콘드률이다.
이때의 원시 지구는 계속하여 미행성들이 충돌하고, 불안정한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며 내뿜는 열로 인해 부분적으로 녹은 뜨거운 공 형태였다. 처음에는 균질했던 지구의 물질 구성은 점차 중력에 의해 중심 방향으로 고밀도의, 금속성 물질이 모여들었다. 이로 인해 지구 중심으로부터 먼 지역은 규소, 탄소 등의 상대적으로 가벼운 원소가 풍부한 환경이 조성되었고, 가까운 지역은 주로 니켈, 철 등의 금속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 과정을 성층화(Stratification)라 한다. 지구는 성층화되어 지각, 맨틀, 핵의 구조를 가지며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각 구간 별로 다른 온도와 압력, 물질 조성에 의해 광물은 분화하였다.
성층화된 지구에서, 지각과 맨틀은 대부분 고체이지만 상부 맨틀 중 일부는 부분적으로 녹아 느리게 움직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여러 조각의 지각, 즉 판이 순환하고, 이 과정에서 판구조 운동과 함께 마그마에 의한 화성 활동이 일어났다. 암석은 냉각과 용융을 반복하며 화성암 계열의 추가적인 암석의 분화가 일어났다. 특히 지구에서는 물이 용매로써 작용하여 광물이 1500종까지 늘어나게 되었다. 이는 지구형 행성이지만 물이 용매로써 작용하지 않았던 수성과 금성에서는 화성 활동만으로 광물이 400~500여종으로 분화한 것과 구분된다.
Figure 4. 판구조론의 모식도. 판구조 운동을 통해 암석이 순환되며, 이때 용융과 냉각을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광물의 분화가 일어나였다. [5]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의 광물은 5636(2020.09 기준)종이다. 사실 현재의 지구와 앞선 단계가 끝난 이후 과거의 지구는 거의 같은 지질 활동을 보인다. 즉 땅 아래의 활동은 거의 같다는 건데, 그렇다면 나머지 4000종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이는 바로 땅 위에서, 생물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초기의 생물이 살던 시기, 지구가 작동하는 방식은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생물이 살아가는 지각 위의 환경은 크게 달랐다. 이는 대기 조성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당시의 산소 분압은 현재의 1/1,000,000에 불과했고, 이산화탄소(CO2)와 메테인(CH4)이 그 자리를 대신하였다. 따라서 초기의 생물은 무산소와 가까운 환경에서 광합성 내지 화학합성을 통해 살아갔으며, 그 부산물로 산소를 방출하였다. 광합성을 한 생물로는 대표적으로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있는데, 이들이 군락을 이루며 만드는 구조를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라고 한다. 방출된 산소는 주변 광물과 반응하여 산화 광물 등, 새로운 형태의 광물을 만들어내며 산소는 지속적으로 소비되었다. 생물이 처음 출현했을 것으로 생각되는 38억년 전부터 광물이 충분히 반응할 25억년 전까지 지구의 산소 분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는 방출된 산소가 그대로 대기에 축적되며, 산소 분압이 극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를 대산화사건(Great Oxidation Event, GOE)이라 한다.
Figure 5. 시아노박테리아(노란색 다각형으로 표현)가 군락을 이룬 스트로마톨라이트 구조와, 스트로마톨라이트가 있던 과거 바닷속 상상도
광물의 진화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산화사건 이후에도 특히 고생대 전후로 등장한 생물들의 생광물화(Biomineralization) 등으로 인해 광물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광물이 진화해온 원인도, 그에 따른 변화 정도도 주변 환경 상황에 따라 크게 달랐지만, 이들은 모두 적어도 수십 만년, 많게는 수억 년간의 변화에 따른 결과들이다. 한편, 최근 지구의 변화는 급격하다. 인류가 자원을 집약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기존에는 반응할 일이 없었던 물질들이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Andersonite(Na2Ca(UO2)(CO3)3·6H2O)의 경우 사암으로 덮인 우라늄 광산에서 우라늄(U) 이온을 함유된 물이 사암에 포화되어 생성되었다.(Figure6) 극단적으로는 Calclacite(Ca(CH3COO)Cl·5H2O)의 경우, 박물관 캐비닛에서 생성되기도 했다. 인간의 영향으로 새로 생성된 광물이 208종 이상이라는 견해도 있다.
Figure 6. Andersonite의 모습. 우라늄(U) 광산이 생성되며 금속이 함유된 물이 사암에 포화되며 생성되었다.
위의 물질들은 국제광물학협회(International Mineralogical Association, IMA)의 결정에 의해 정식 광물로 인정받지 못하기도 한다. 광물의 정의 중 ‘인공적으로 만들진 물질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건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의 활동에 의해 새로운 물질이 자연계에서 급격히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은 명백하다. 생물학의 시각에서 인류가 여타 생물들의 멸종과 변화를 빠르게 이끌어낸다는 논의처럼, 광물 진화에서도 인류는 영향력 있는 존재이다. 인류는 또 다른 광물 진화의 주요 사건을 만들고 있을까? 그것이 우리에게 되돌아올 영향은 과연 무엇일까?
[참고문헌]
Sweetlove, Lee. "Number of Species on Earth Tagged at 8.7 Million." Nature (London) (2011): Nature (London), 2011-08-23.
McCoy, T. J. "Mineralogical Evolution of Meteorites." Elements (Quebec) 6.1 (2010): 19-23.
Hazen, R. M, Papineau, D, Bleeker, W, Downs, R. T, Ferry, J. M, McCoy, T. J, Sverjensky, D. A, and Yang, H. "Mineral Evolution." The American Mineralogist 93.11-12 (2008): 1693-720.
Catling, David C, and Zahnle, Kevin J. "The Archean Atmosphere." Science Advances 6.9 (2020): Eaax1420.
Hazen, R. and J. Ferry. “Mineral Evolution: Mineralogy in the Fourth Dimension.” Elements 6 (2010): 9-12.
Connelly, J. N, Bizzarro, M, Krot, A. N, Nordlund, A, Wielandt, D, and Ivanova, M. A. "The Absolute Chronology and Thermal Processing of Solids in the Solar Protoplanetary Disk." Science (American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cience) 338.6107 (2012): 651-55.
Hazen, R. M., Grew, E. S., Origlieri, M. J., & Downs, R. T. (2017). On the mineralogy of the "anthropocene epoch". The American Mineralogist, 102(3), 595-611.
[그림 출처]
[4] United States Geological Survey (USGS)
[5] 어린이조선일보, 2008.04.17., [화석과 함께 떠나는 시간 여행] ‘캄브리아기의 산소 공장’ 스트로마톨라이트
Written by GLEAP 8기 백승우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