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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립 vol.16 2021년 10월호] 스웨이트 빙하의 융해 : 미래 기후 변화의 열쇠

주목해야할 과학 이슈, 남극 빙하의 소멸

해가 거듭할수록 더워지는 여름 날씨와 이상 기후들, 이제는 기후 변화가 책에서만 접하는 내용이 아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고 있습니다. 산업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고 이로 인해 다양한 지구 환경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지구 환경 문제에는 어떤 것이 있나요? 아마도 지구 온난화, 산림 벌목, 미세먼지, 쓰레기 문제 등 다양한 답변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모든 문제들이 중요하고 해결될 필요가 있지만, 그 중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를 수 있을까요? 국제 과학 학술지인 Nature에서는 2019년 우리가 주목해야할 과학 이슈 1순위로 바로 ‘남극 스웨이트 빙하 연구’를 선정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남극의 빙하가 녹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할까요? 이에 대해 더욱 자세히 알아봅시다.



그림 1. 남극 스웨이트 빙하[8]


남극과 빙하

우선 남극과 빙하에 대해 알아볼까요? 극지방에 존재하는 얼음 덩어리는 크게 해빙과 빙하로 나눌 수 있는데, 해빙(海氷, sea ice)은 바닷물이 얼어서 형성된 얼음이고, 빙하(氷河, glacier)는 눈이 오랫동안 얼어 다져져서 육지를 덮고 있는 얼음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빙하는 담수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해빙과 구별됩니다. 남극은 지면이 존재하고 그 위에 두꺼운 얼음이 올라간 형태이기 때문에 남극에 존재하는 얼음은 대부분 빙하입니다. 빙하는 빙상과 빙붕으로 구별할 수 있는데요. 빙하의 아랫부분이 지면과 닿아 있는 대부분의 빙하를 ‘빙상(氷床, ice sheet)’이라고 하며, 만약 빙하와 바다가 만난 부분이 녹아서 빙하 아래쪽이 움푹 파이게 되면 빙하의 아랫부분이 육지와 떨어지는 형태가 되고 이러한 빙하를 우리는 ‘빙붕(氷棚, ice shelf)’이라 부릅니다. 빙붕의 일부가 떨어져 나와 바다에 표류하는 경우는 ‘빙산(氷山, iceberg)’이라고 합니다.



그림 2. 빙상, 빙붕, 그리고 빙산


해수면 상승을 유발하는 빙하 융해

만약 빙붕 하부에 따뜻한 해수가 지나가게 되면 빙붕이 녹게 되는데요, 이러한 방식으로 그린란드 빙하와 남극 빙하가 녹고 있습니다. NASA에서 GRACE 위성 자료로 2002년부터 2017년까지의 빙하 소멸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빙하는 매년 428 Gt(Gigaton)씩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1 Gt이 무려 1.0 × 10^12 kg이라는 사실을 비추어보면 상상도 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많은 질량의 빙하가 소실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와닿을 수 있도록 수영장에 비유해볼까요? 가로 50 m, 세로 20 m, 깊이 1 m인 수영장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10kg입니다. 1 Gt의 물을 채우려면 이 수영장이 100만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러면 428 Gt의 물은 수영장이 무려 4.28억개가 필요하다는 뜻이 됩니다.



그림 3. 시간에 따른 남극 빙하 소실량[6]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빙하가 녹는 현상을 우려하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 들어가면서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해수면 상승은 따뜻한 바닷물의 열팽창과 빙하가 녹은 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현상 때문에 일어나는데, 빙하 융해가 해수면 상승 원인 중 2/3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해수면이 상승하면 강가 주변에 위치한 대도시들이 위험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수륙분포의 변화에 따라 기후 변화가 발생하는 등 다양한 지구 규모의 위기가 찾아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얼마나 많은 빙하가 녹고 있으며 왜 녹는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는 연구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린란드 빙하보다 남극 빙하의 소실이 더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고, 남극에서 스웨이트 빙하(Thwaites Glacier)가 제일 빠르게 녹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이 빙하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림 4. 서남극에 위치한 스웨이트 빙하 (빨간색 영역)


스웨이트 빙하의 현 상황

남극은 남극 횡단 산맥을 기준으로 서남극과 동남극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스웨이트 빙하는 서남극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문젠 해와 접하고 있습니다. 이 빙하의 크기는 한반도의 1.5배 정도이며 빠르게 소실되고 있습니다. 이 크기의 빙하가 모두 녹으면 지구가 큰 위험에 처한다고 하여 ‘운명의 날 빙하(Doomsday Glacier)’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연구마다 예상하는 값의 차이는 있지만 스웨이트 빙하가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약 0.84m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스웨이트 빙하가 위치한 서남극 빙하가 모두 녹으면 전세계 해수면이 3m 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림 5. Landsat 7, 8 위성으로 촬영한 스웨이트 빙하[9]

(위) 2001.12.02 (아래) 2019.12.28


스웨이트 빙하의 소멸이 위험한 이유는 스웨이트 빙하의 소멸이 다른 서남극 빙하들의 소멸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아까 빙상의 하부는 지면과 닿아있지만 빙붕의 하부는 지면으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아보았습니다. 바다와 먼저 맞닿아있는 빙붕이 녹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빙붕의 두께는 점점 얇아지고 해수가 빙하 아래쪽으로 점점 파고들면서 빙상이 불안정해질 것입니다. 무거운 빙상은 자신 앞을 막아주던 빙붕이 줄어들면서 바다로 더 빠르게 이동하게 되어 녹기 수월해집니다. 따라서 바다와 접하고 있는 스웨이트 빙하가 소멸하면 남극의 내륙에 위치한 다른 빙하들도 위험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스웨이트 빙하는 서남극 빙하의 코르크 마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림 6. 빙하 융해 과정[7]


스웨이트 빙하가 녹는 이유

1. 환남극 심층수의 영향

그렇다면 스웨이트 빙하는 왜 녹는 것일까요? 크게 두 가지 원인으로 ‘환남극 심층수의 영향’과 ‘주변 화산의 영향’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빙붕 아래에는 해수가 지날 수 있기 때문에 빙붕의 융해는 해수의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 기억하시나요? 스웨이트 빙하를 녹이는 해수는 바로 ‘환남극 심층수(Circumpolar Deep Water, CDW)’입니다. 우리 눈에는 그저 물인 것 같지만 해수는 수온과 염분에 따라 다양하게 구별할 수 있는데요, 남극 주위에 존재하는 해수 중 환남극 심층수는 수온이 높은 편입니다. [그림 8]에서 y축이 온도를 나타내므로 환남극 심층수가 다른 해수에 비해 1~2도 정도 따뜻한 해수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 환남극 심층수가 남극 주위를 돌면서 남극의 빙하를 녹이게 됩니다.



그림 7. 빙붕 아래를 지나는 환남극 심층수(CDW)



그림 8. 환남극 심층수(CDW)의 수온과 염분[3]


[그림 9]는 남극 대륙 지반의 높낮이를 표현한 자료인데, 파란색으로 갈수록 지반이 해수면보다 아래에 존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웨이트 빙하가 위치한 서남극의 지반이 대부분 해수면 아래에 존재하여 해수의 영향을 쉽게 받습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동남극보다 서남극에 위치한 빙하들이 더 빠르게 녹고 있습니다.



그림 9. 남극 대륙 지반의 높낮이[10]


2. 주변 화산의 영향

스웨이트 빙하는 주변 화산의 영향도 받고 있습니다. 인공위성이나 항공기로 원격 탐사를 하면 특정 지역의 지면의 높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사용해서 과학자들은 스웨이트 빙하 아래쪽에 호수가 생기면서 빙하가 단기간에 움푹 아래로 꺼진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변 화산의 존재로 지열이 많아지면서 빙하 하단이 지열과 마찰열로 녹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빙하가 녹으면 빙하 하단에 호수가 생성되고, 호수에 고인 물은 바다로 빠져나가서 해수면 상승에 영향을 줍니다.



그림 10. CryoSat-2 위성을 통해 확인한 빙하의 높이 변화[11]


스웨이트 빙하 연구

두 요인이 모두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이지만, 사실 환남극 심층수의 온도 상승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서 촉발된 것이기 때문에 남극 스웨이트 빙하의 소멸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웨이트 빙하는 지구의 운명을 움켜쥐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이 곳을 관측하고 정확한 안정도를 평가하며 어떻게 해수면 상승까지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무척 필요한데요, 이 중요성을 깨달은 국가들에서 2018년부터 국제 스웨이트 빙하 협력단(International Thwaites Glacier Collaboration, ITGC)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아문센과 스콧이 남극점 정복을 위해 남극에서 경쟁을 펼친 지 110년이 되는 해라고 합니다. 110년이 지난 지금은 경쟁이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과학자들의 연구뿐만 아니라 스웨이트 빙하 보존을 위해 지구에 사는 우리 모두가 함께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그림 11. 2019/20 서남극 스웨이트 해역 현장탐사[12]


 

References

[1] Seroussi, H., Nakayama, Y., Larour, E., Menemenlis, D., Morlighem, M., Rignot, E., and Khazendar, A.(2017), Continued retreat of Thwaites Glacier, West Antarctica, controlled by bed topography and ocean circulation, Geophys. Res. Lett., 44, 61916199, doi:10.1002/2017GL072910.

[2] T.A. Scambos, R.E. Bell, R.B. Alley, S. Anandakrishnan, D.H. Bromwich, K. Brunt, K. Christianson, T. Creyts, S.B. Das, R. DeConto, P. Dutrieux, et al. How much, how fast?: A science review and outlook for research on the instability of Antarctica's Thwaites Glacier in the 21st century, Global and Planetary Change, Volume 153, 2017, Pages 16-34, ISSN 0921-8181, https://doi.org/10.1016/j.gloplacha.2017.04.008.

[3] Bigdeli, Arash & Hara, T. & Loose, Brice & Nguyen, A.. (2018). Wave Attenuation and Gas Exchange Velocity in Marginal Sea Ice Zone.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Oceans. 123. 10.1002/2017JC013380.

[4] Loose, B., Naveira Garabato, A.C., Schlosser, P. et al. Evidence of an active volcanic heat source beneath the Pine Island Glacier. Nat Commun 9, 2431 (2018). https://doi.org/10.1038/s41467-018-04421-3.

[5] Smith, B. E., Gourmelen, N., Huth, A., and Joughin, I.: Connected subglacial lake drainage beneath Thwaites Glacier, West Antarctica, The Cryosphere, 11, 451–467, https://doi.org/10.5194/tc-11-451-2017, 2017.


그림 출처

[8] Jeremy Harbeck/NASA

[9] Landsat data from U.S. Geological Survey

[10] British Antarctic Survey

[11] Ben Smith/University of Washington

[12] 극지연구소(KOPRI)


Written by GLEAP 9기 김정현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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