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계와 백신의 종류
우리 몸의 방어벽, 면역계
우리 몸은 외부 감염이나 돌연변이로 인한 이상세포 등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역할을 수행하는 세포와 조직, 기관을 통틀어 면역계(immune system)이라 부릅니다. 우리 몸의 면역체계는 크게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으로 나뉘는데, 선천성 면역은 물리적인 장벽으로써 우리 몸을 외부 침입원으로부터 보호합니다. 대표적으로 피부나 점막이 선천성 면역에 포함되며 외부 물질에 대한 특이성이 없는, 비특이적 면역체계입니다. 면역에서 특이성(specificity)이란, 면역계가 서로 다른 항원(면역반응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물질)을 구분하는 특징을 이야기 합니다.
이런 물리적인 장벽도 매우 중요하지만, 외부물질이 그 장벽을 통과해 몸 속으로 들어오게 되거나, 몸 내부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기는 경우를 대비해 후천성 면역이 존재합니다. 후천성 면역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태어난 이후에 형성되는 면역 체계입니다. 우리 몸에는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가 있는데, 그 중 후천성 면역의 대표주자는 백혈구의 한 종류인 림프구(lymphocytes)입니다. 후천성 면역은 “지피지기 백전백승” 원칙을 따르는데, 림프구는 정상범위에서 벗어나는 세포나 감염원, 세균, 바이러스 등을 인식해 몸의 면역계를 활성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러스와 면역반응
림프구는 이상물질을 어떻게 인식하고 구분할까요? 림프구에는 B세포와 T세포가 있는데 B세포는 병원체를 인식함으로써 후천성 면역의 특이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바이러스가 우리 몸으로 들어온 경우를 예시로 생각해 봅시다. 림프구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특정 부위를 항원으로 인식하여 특이적인 면역반응을 일으킵니다. 바이러스의 항원은 주로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 구조나 바이러스가 방출한 독성물질입니다. 코로나19의 원인인 SARS-CoV-2를 포함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경우 표면에 돌기단백질(spike protein)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돌기단백질이 항원으로 작용합니다.
그림 1 코로나 바이러스 돌기단백질 [2]
돌기 단백질을 인식한 B세포는 분화하여 항원에 특이적인 항체를 생성하는데, 대부분은 항체를 생성하는 형질세포(plasma cell)로 분화하여 초당 2000개의 속도로 항체를 생성한 후 사라집니다. 그리고 일부 B세포는 수명이 긴 기억세포(memory cell)로 분화하여 항체를 생성할 수 있는 유전암호를 ‘기억’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우리 몸의 면역계에 의해 인식된 후 여기까지의 과정을 1차 침입이라고 합니다. 1차 침입의 경우에는, 항원을 인식하고 항체를 생성하고, 항체가 항원을 제거하는데까지의 비교적 긴 시간 동안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활개를 치면서 몸을 손상시킵니다. 그러나, 이후 같은 항원이 체내에 침입하게 되면(2차 침입), 기억세포가 바로 형질세포로 분화하여 항원이 몸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항원을 제거할 수 있게 돕습니다.
그림 2 면역반응: 시간에 따른 항체 농도 [7]
백신의 역할과 종류
백신은 이러한 면역계의 활성화단계를 이용한 “예방” 접종입니다. 백신이 실제 바이러스의 침입 이전에 바이러스 감염과 같은 상태를 모사함으로써 체내에 1차 반응을 일으켜 해당 바이러스에 특이적인 기억세포가 미리 형성되게끔 합니다. 즉, 백신의 핵심 목적은 우리의 면역계가 병원체 감염 이전에 항원에 대한 ‘기억’을 갖도록 하여 실제 바이러스 감염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면역반응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백신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가장 일반적인 종류는 약해지거나 죽은 바이러스를 이용하는 경우입니다. 대표적으로 독감 바이러스나 소아마비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이러한 종류에 속합니다. 항원 단백질을 가진 바이러스 분자 전체를 주입하기 때문에 용량 대비 효과가 떨어지기도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또 다른,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종류의 백신 중에는 mRNA 백신이 있습니다. 예시로 코로나 19 팬데믹을 일으킨 SARS-CoV2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 중에도 화이자나 모더나가 있습니다. mRNA 백신은 돌기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염기 서열을 포함한 mRNA를 체내에 주입하는 원리입니다. 체내에서 세포막을 통과해 세포질로 들어온 mRNA는 번역과정을 통해 돌기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인식한 B세포는 기억세포로 분화합니다. mRNA 백신은 염기서열의 조합만으로 백신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생산과정이 비교적 단순합니다. mRNA 백신과 유사하게, DNA 백신은 항원을 암호화하는 염기서열을 가진 DNA 플라스미드(plasmid, 별도의 원형 DNA)를 체내에 주입하는 원리입니다. DNA 백신은 RNA 백신과 달리 상온에서도 안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백신에 의해 항원이 생성되기 위해서는 체내에 주입된 DNA 분자가 세포막과 핵막을 모두 통과해야 항원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세포막만 통과하면 되는 RNA 백신에 비해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림 3 백신의 종류 [8]
아스트라제네카나 얀센 백신은 바이러스 벡터(virus vector) 백신입니다. 바이러스 벡터 백신은 mRNA 백신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은 돌기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체를 가진 바이러스를 만들어 체내에 주입합니다. 이 때 이 바이러스는 인체에 무해하거나 감기 정도의, 치명적이지 않은 병원성을 가지는 바이러스를 이야기합니다. 단지 전달자(vector) 역할을 할 뿐입니다. 체내로 들어온 무해한 바이러스는 우리 몸세포의 효소를 이용해 자신의 유전체를 발현시킵니다. 마찬가지로 돌기단백질이 발현되고 1차 반응이 유도되어 항원에 대한 ‘기억’이 형성됩니다.
그림 4 바이러스 벡터를 이용한 백신 [2]
백신은 면역계의 재빠른 대처를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에, 백신을 이용한 예방접종을 통해 수많은 질병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백신의 종류에 따라 각각의 장단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장 효과적으로 바이러스에 대비할 수 있는, 그리고 원활히 보급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백신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이 진전을 이루어, 앞으로 인류가 맞닥뜨릴 심각한 질병들을 이겨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References
[1] https://massivesci.com/articles/mrna-vaccine-covid19-coronavirus-moderna/
[2] Jonathan Corum and Carl Zimmer, How the Oxford-AstraZeneca Vaccine Works, New York Times, Updated May 7, 2021.
[3] https://www.google.co.kr/amp/s/theconversation.com/amp/from-adenoviruses-to-rna-the-pros-and-cons-of-different-covid-vaccine-technologies-145454
[4] https://www.cdc.gov/coronavirus/2019-ncov/vaccines/different-vaccines/mRNA.html
[5] https://wexnermedical.osu.edu/blog/explaining-johnson-johnson-astrazeneca-vaccines
[6] https://www.medicalnewstoday.com/articles/dna-vs-mrna-vaccines-similarities-and-differences
[7] https://www.hansungnews.com/article/view/1303
[8] https://abcnews.go.com/Health/covid-19-vaccines-work/story?id=73796121
Written by GLEAP 10기 김예진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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