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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립 vol.9 2021년 1월호] 비너스가 태어난 바다의 피부 : SML(해수표면미세층)

  • 작성자 사진: GLEAP
    GLEAP
  • 2021년 1월 1일
  • 4분 분량


Fig 1. 산드로 보티첼리, 『비너스의 탄생』 1485년경, 캔버스 위에 템페라,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위 그림은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입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미의 여신인 비너스는 우라노스의 잘린 생식기가 바다에 빠졌을 때 생겨난 하얀 거품에서 탄생했다는 설화를 묘사한 것입니다. 현대인의 시각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어쩌면 고대인들은 하얀 바다 거품에서 비너스를 떠올리며 흐뭇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오늘날에도 이런 바다 거품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떨까요? 그들은 대체 무엇을 연구하는 걸까요?


 


FIg 2a.SML은 바다 표면 전체에 분포한다 b.SML에 대한 기본 개념도. SML은 해수 표층의 1 mm미만의 아주 얇은 막이며, 대기와 해양이 직접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면이다.[2][3]


오늘날에도 고대인처럼 바다거품을 보며 웃는 사람들은 SML을 연구하는 사람들입니다. SML이란 Sea surface Microlayer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바다표면 미세층, 혹은 해수표면 미세층이라고 합니다. 바다와 대기가 직접적으로 접하는 표면에서부터 1~1000 μm두께의 아주 얇은 젤리같은 표층으로 대기와 해양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곳이며 이로 인해 바다의 피부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파도에 의해 생긴 아주 얇은 거품막처럼 일시적으로 형성되는 막도 SML이라 불릴 수 있습니다. SML의 기초적인 개념은 20세기 초에 정립되고 여러 분야의 학자들에 의해 독립적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SML은 그 밑의 해수인 SSW (Sub Surface Water, 아표층수)와는 생물, 화학적 조성 차이로 인해 해양학자들의 세부 분야에 맞춰 연구가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자들에 따라 SML을 정의하는 기준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다음은 SSW와 비교되는 SML의 특징들입니다.



Fig 3: (I) 해면에 독특하게 배열된 계면활성제 성분과 강한 에너지 공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화학반응 (II) 부착해서 유기물을 분해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진 생명체 (III) 고에너지 환경에서 생성되는 라디칼 분자들 [4]


먼저 SML에는 많은 계면활성물질이 농집되어 있습니다. 친수성 환경과 소수성 환경이 모두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대기의 성분이 손쉽게 용해되어 공급됩니다. 또한, 대기를 통과한 태양복사에너지를 처음으로 접하는 면이기 때문에 반응에 필요한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되며, 반응성이 높은 라디칼 형태로 분자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더하여 SML은 해파에 의해 표면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물질이 섞이기에도 용이합니다. 이러한 SML은 젤리와 같은 상태로 대기와 해수 사이를 연결하는 필름처럼 존재합니다. SML은 굉장히 얇지만 바다표면 전체에 걸쳐 분포하고 있습니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는 만큼 SML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전 지구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SML이 바다의 가장 작지만 중요한 반응로가 되는데 도움이 됩니다.



Fig 4a, b: SML에서 채취된 neuston의 microgel 부착성을 확인한 염색결과 a. TEP 알시안 블루로 염색된 microgel particle b. DAPI 염색을 통해 particle에 붙은 neuston의 핵을 확인할 수 있다. [5]


SML은 화학적으로도 흥미롭지만 이곳의 생물들 역시도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SML에서 주로 관찰되는 생물은 박테리아에서 플랑크톤(0.02μm~)정도의 크기에 해당하는 Neuston입니다. 이들은 앞서 설명한 화학적인 반응로에서 만들어진 유기물을 분해하며 살아갑니다. 따라서 이곳의 Neuston들은 소수성 유기물에 부착하는 능력이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독립영양생식 Neuston의 경우에는 대기에서 공급되는 충분한 이산화탄소와 강력한 태양복사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합니다. 이외에도 앞서 말했듯 SML은 강한 에너지가 직접적으로 도달하기 때문에 이를 방어해내는 기작도 발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최근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자외선을 차단하는 능력을 가진 마이코스포린과 같은 색소물질의 농도는 SML에서 측정된 값이 SSW에서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매력을 가진 SML을 어떻게 연구할 수 있을까요? SML 연구의 가장 큰 난관은 SML 영역의 해수를 채취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SML은 두께가 채 1 mm도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층을 더욱 얇게 분리할수록 할 수 있는 연구가 많아지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각자의 방법을 고안해냈습니다. 다음은 층의 두께에 따라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sampling 방법입니다.



40 μm이하의 경우 membrane filter를 이용해 채취합니다. 안정된 수면 위에 membrane filter를 조심히 띄운 후 어느 정도 해수를 흡수했으면 곧바로 핀셋으로 건져 올려 필터에 흡수된 해수를 모아 연구를 합니다.


이보다 조금 더 두꺼운 100 μm 이하의 경우에는 유리판을 활용합니다. 반응성이 작은 유리판을 해면에 수직으로 담근 후 조심히 건져 올려 판에 막처럼 붙어 있는 해수를 소수성 소재로 만들어진 밀대로 조심스럽게 긁어 모아냅니다.



400 μm 이하의 층의 경우 플라스틱이나 철사로 만들어진 스크린을 바다에 담가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을 때 망 사이로 들어찬 해수를 조금씩 모아서 채취합니다.


이외에도 회전하는 드럼형태의 채취기구도 존재하는데, 해수의 표면장력과 부착력을 이용해 채취한다는 원리는 동일합니다. 최근에는 원통 형태로 만들어져 보다 효율적인 채취가 가능한 기구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SML은 거대한 바다의 가장 작은 부분이지만 그 속에서는 치열하고 다채로운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SML은 미세 물질이 쉽게 농집되는 환경인만큼 인류의 활동에 의한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기도 합니다. 근래에는 SML 내 미세 플라스틱의 농도가 급증하고 있어 해양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관련 연구가 더 진행되어 해양 환경오염을 줄이는 방법을 빨리 찾아낼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폐기물의 배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과 관심이 필요해 보입니다.


 

[참고문헌]

[1] Liss, P. S., Liss, P. S., & Duce, R. A. (Eds.). (2005). The sea surface and global chan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 Wurl, O., Ekau, W., Landing, W. M., & Zappa, C. J. (2017). Sea surface microlayer in a changing ocean–A perspective. Elem Sci Anth, 5, 31.

[3] Ebling, A. M., & Landing, W. M. (2015). Sampling and analysis of the sea surface microlayer for dissolved and particulate trace elements. Marine Chemistry, 177, 134-142.

[4] Cunliffe, M., Engel, A., Frka, S., Gašparović, B., Guitart, C., Murrell, J. C., ... & Wurl, O. (2013). Sea surface microlayers: A unified physicochemical and biological perspective of the air–ocean interface. Progress in Oceanography, 109, 104-116.

[5] 전영호. 해양 내 미세플라스틱의 분포 및 중요성: 발생원, 작용기전, 효과 및 잠재적 해결 방안.


[그림 출처]

[1]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974723&cid=46720&categoryId=46802

[2]https://www.freepik.com/premium-photo/beautiful-ocean-sea-surface-from-drone-aerial-view-top-down_6624229.htm

[3] Huang, Y. J., Lin, B. S., Lee, C. L., & Brimblecombe, P. (2020). Enrichment behavior of contemporary PAHs and legacy PCBs at the sea-surface microlayer in harbor water. Chemosphere, 245, 125647.

[4] Wurl, O., Ekau, W., Landing, W. M., & Zappa, C. J. (2017). Sea surface microlayer in a changing ocean–A perspective. Elem Sci Anth, 5, 31.

[5] Cunliffe, M., Engel, A., Frka, S., Gašparović, B., Guitart, C., Murrell, J. C., ... & Wurl, O. (2013). Sea surface microlayers: A unified physicochemical and biological perspective of the air–ocean interface. Progress in Oceanography, 109, 104-116.


Written by GLEAP 9기 김현욱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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