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배터리 데이”, “2019년 노벨 화학상”, “LG 에너지솔루션 VS SK 이노베이션 배터리 소송”과 같은 수많은 이슈로, 21세기를 살아가는 여러분들은 아마 ‘리튬 이온 배터리’ 내지는 ‘배터리’라는 용어에 익숙하실거라 생각합니다. 본 2월호에서는 배터리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으로 생산되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원리와 현재의 문제점, 그리고 이를 해결할 차세대 배터리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1. 배터리의 역사
리튬 이온 배터리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배터리의 역사에 대해 먼저 알아봅시다.
그림 1. 갈바니의 개구리 다리 근육을 이용한 전기 실험과 그의 논문(1791)
배터리의 발명은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전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개구리를 해부하여 다리의 근육만을 꺼내 정전기를 흘렸을 때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는 현상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이미 죽은 개구리의 근육이 정전기에 반응하는 현상을 전혀 설명할 길이 없었고 정전기의 일종인 번개에도 죽은 개구리의 근육이 반응하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계획합니다. 이때, 그의 실험 설계는 의도치 않게 인류의 역사에 큰 획을 긋습니다. 갈바니는 개구리 다리 근육을 신주(구리와 아연의 합금)로 된 고리에 걸어 창틀의 철로 된 부분에 걸어두고 번개를 기다리려 했습니다. 그런데, 구리와 아연이 전극으로, 창틀은 외부 도선으로 작동하여 그의 설계는 의도치 않게 배터리의 구성 요소를 모두 갖추게 되었고, 개구리의 다리 근육은 이에 반응하여 날씨와 무관하게 즉시 경련을 일으켰습니다. 안타깝게도, 갈바니는 이 현상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른 채 단지 생체 내 전기의 작용으로 단정짓고 ‘근육운동에 있어서의 전기 작용에 관한 각서’라는 논문을 발표하여 현상을 보고하는데 그쳤습니다.
이 발견이 현재의 배터리 발명까지 이어진 것은 이탈리아의 고등학교 교사 볼타(Alessandro Volta, 1745~1827) 덕분입니다. 갈바니의 연구 결과를 들은 볼타는 생체 전기의 존재를 믿지 않았고, 개구리 다리 없이 구리와 아연만으로 만든 장치로 검전에 성공했습니다. ‘볼타 전지’로 불리게 된 이 장치는 전극 물질과 분리막의 도입 등 발전을 거쳐 현대의 리튬 이온 배터리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림 2. 볼타 전지 모식도
2. 금속 리튬 배터리 VS 리튬 이온 배터리
리튬은 가벼운 금속이며 큰 전압을 생성할 수 있어 굉장히 매력적인 배터리 재료입니다. 현재 리튬 ‘이온’ 배터리는 노트북, 휴대폰의 작은 기기부터 전기차와 같은 큰 기기에 모두 사용됩니다. 그런데, 카메라나 전자 시계에 사용되는 배터리를 우리는 ‘리튬 배터리’라고 부릅니다. 두 배터리는 같은 배터리일까요?
그림 3. 1차 전지와 2차 전지의 비교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속 리튬을 음극으로 사용하는 리튬 배터리는 1차 전지, 리튬 이온 배터리는 2차 전지에 해당하는 완전히 다른 배터리입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화학 반응은 가역 반응과 비가역 반응으로 나뉘는데요, 가역 반응이란 광합성과 호흡의 관계처럼 정반응과 역반응이 모두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을 말하며, 반대로 비가역 반응은 연소 반응과 같이 역반응이 일어나기 어려운 반응을 의미합니다. 리튬 배터리는 비가역 반응을 통해 전압을 생성하는 배터리로, 다시 말해 재충전이 불가능한 1회용 배터리입니다. 이러한 배터리를 ‘1차 전지’라고 부르고, 비록 재충전은 불가능하나 전압이 크고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반면 리튬 이온 배터리는 가역 반응을 통해 전압을 생성하므로, 외부 전압을 걸어 역반응을 진행시키면 재충전, 재사용이 가능해지는 ‘2차 전지’에 해당합니다.
3. 리튬 이온 배터리의 구성과 원리
다음으로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구성에 대해 알아봅시다. 우선, 모든 배터리는 양극, 음극, 전해질, 외부 도선의 4가지 기본 요소를 갖고 있고, 배터리의 특성에 따라 분리막이나 다양한 촉매가 추가되기도 합니다. 양극은 반응성이 비교적 낮은 물질, 음극은 반응성이 비교적 높은 물질로 구성되어 두 극이 외부 도선과 전해질로 연결되었을 때 음극에서 산화, 양극에서 환원이 동시에 일어나며 전력을 생산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그림 4. 리튬 이온 배터리의 구조
시초의 리튬 이온 배터리는 양극으로는 LiCoO_2, 음극으로는 VPCF(Vapor Phase Grown Carbon Fiber)이라고 불리는 특수한 탄소 물질을 사용하였습니다. 두 물질은 모두 layer structure를 가지는데, 이로 인해 리튬 이온 배터리는 기존의 다른 배터리와는 다소 다른 반응을 통해 전압을 생성하게 됩니다. Layer structure를 갖는 소재 내에 게스트 종(그림 5의 A)이 삽입되는 반응을 intercalation reaction이라 부릅니다. 이는 삽입 반응의 일종으로, layer structure의 화학 조성은 순차적으로 변하지만 기본 결정구조는 크게 변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리튬 이온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각 극의 layer structure 틈새에 삽입/탈리되며 이동하게 됩니다. 리튬 이온은 음극의 탄소 틈새에 있을 때보다 양극의 금속 산화물 층 틈새에 있을 때 더 안정해지고, 리튬 이온이 안정해지는 과정에서 방출되는 에너지를 우리는 전력으로 사용하게 되는 원리입니다. Intercalation reaction은 각 전극의 구조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아 가역적인 반응을 가능하게 하여 2차 전지를 구현할 수 있는 핵심이 됩니다.
그림 5. Intercalation reaction의 모식도
그러나, layer structure 내 빈자리에 게스트 종이 반복적으로 삽입/탈리되는 과정은 전극의 부피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기계적 스트레스는 전극 손상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4. 차세대 배터리
기존 리튬 이온 배터리의 단점을 극복할 차세대 배터리에 대한 연구는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 이온 배터리의 안전성 문제를 해결할 열쇠입니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전해질로 액체를 사용하고, 만약 배터리 외부로 전해질이 샌다면 폭발 사고로 이어져 큰 문제가 됩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여 누액의 문제를 해결합니다. 그러나, 고체 전해질은 일반적으로 액체 전해질에 비해 전기 전도성이 낮아 큰 출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이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습니다.
인류는 여전히 에너지 사용의 큰 부분을 화석 에너지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화석 에너지는 매장량이 유한하고 이산화탄소와 같은 온실기체를 발생시켜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킨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기존의 에너지 발전 방식과 달리 화학 에너지를 직접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는 ‘배터리’는 자연스레 전환 효율이 높은 차세대 에너지 생산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를 에너지 부족으로부터 영원히 해방시켜 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대를 품어봅니다.
[참고문헌]
[1] Zempachi Ogumi 외. 정순기 역. (2009). “전기화학”. 사이텍미디어.
[2] Robert A. Huggins. 강기석 역. (1976). “배터리: 재료화학의고급이해”. 홍릉과학출판사
[3] 오승모. (2014). “전기화학”. 2nd ed. 자유아카데미.
[4] 요시노아키라. 한원철 역. (2020). “노벨화학상 요시노박사의 리튬이온전지 발명이야기”. ㈜도서출판성안당.
[5] Seth Fletcher. 한원철 역. (2015). “슈퍼배터리와전기자동차 이야기”. ㈜도서출판성안당.
[그림 출처]
[그림2] http://www.kukinews.com/newsView/kuk201908290318
[그림3] https://blog.lgchem.com/2019/01/04_lead-storage-battery/
Written by GLEAP 9기 김다연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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