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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립 vol.13 2021년 7월호] 더 작고 작은 세계 속으로 : 저온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에 대해

우리 주위의 물건들은 매우 작은 입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입자들을 바라보기 위한 시도가 오랫동안 진행되었는데, 이 일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현미경이었습니다. 현미경이란 작은 물체를 확대해 볼 수 있게 하는 장치로 16세기 무렵 독일의 Janssen 부자가 최초로 개발했습니다. 이들은 물질을 살펴볼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따라 광학 현미경, 전자 현미경 등으로 분류됩니다. 이 중 전자현미경은 전자를 활용해 물질을 관찰합니다. 벽에 공을 던지면 그 공이 튕겨 나오는 방향을 보고 벽이 평평한지, 울퉁불퉁한지, 기울어져 있는지 등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유사하게 전자현미경은 물질에 전자를 맞추어 그 전자가 물체에 도달했을 때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확인함으로써 구조를 파악할 수 있게 합니다. 전자현미경 또한 구체적인 작동 방식에 따라 더 세부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중 저온전자현미경(cryo-electron microscopy, Cryo-EM)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저온전자현미경은 얼린 샘플에 전자빔을 주사해 그것의 구조를 파악하며 높은 해상력을 가지고 있어 단백질과 같은 큰 생체 분자들의 3차원 구조 분석에 주로 사용됩니다.[1] 이 기술은 지난 50년간 빠른 속도로 발전해 2017년 노벨화학상에 선정될 정도로 널리 활용되고 있습니다.[2] 이번 글에서는 저온전자현미경이 어떤 과정을 통해 한계를 극복했는지를 다룰 것입니다.



그림 1.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생체 분자의 예시. 왼쪽부터 생체 시계(circadian rhythm)를 관장하는 단백질, 압력 감지 단백질, 지카 바이러스(Zika virus).[2]


기존의 전자현미경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작은 입자들을 잘 관측해왔지만, 이들은 몇몇의 한계점을 가집니다. 여러 문제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관측하는 시료에 손상을 입힌다는 점입니다. 전자가 시료를 향해 나아갈 때, 그 사이에 다른 분자가 있으면 전자의 진로가 바뀌어 좋은 사진을 얻기 힘듭니다. 그리하여, 주로 진공 상태에서 구조 분석을 합니다. 하지만, 진공 조건에서는 생체 분자의 정확한 형태를 파악하기 힘듭니다.산에 올라가 기압이 낮아지면 물이 더 잘 끓는 현상과 유사하게 압력이 0에 가까운 진공 상태에서는 물이 매우 잘 끓어 금방 기체로 증발하게 됩니다. 그러나, 생체 분자는 대체로 수용액에서 작동하며 구조 자체에도 수분을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단백질과 같은 생체 분자를 진공 상태에서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하려 하면 주위의 물이 증발해 구조가 무너지는 등 실제 자연에서의 구조와 다른 결과를 얻게 됩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리차드 헨더슨(Richard Henderson)은 글루코스(glucose) 용액을 활용했습니다. 마치 물에 젖으면 안 되는 물체에 방수 코팅을 하듯이, 글루코스로 분석하고자 하는 물질을 코팅하면 샘플이 진공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진공 분석에서도 생체 분자가 수분을 포함한 상태로 유지되어 자연에서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2], [3]




이 손상은 진공뿐만 아니라 전자빔(beam)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구조 사진을 얻을 때, 높은 배율로 관찰하기 위해서는 짧은 파장과 빠른 속력의 매체(전자현미경에서는 전자)를 활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자가 시료에 강하게 충돌하면 총에 맞은 물건이 형체를 잃는 것처럼 샘플 구조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샘플을 얼릴 수 있습니다. 시료 용액을 얼림으로써 샘플이 전자에 의해 덜 손상되며, 얼음 속 시료는 마르지 않고 원래 상태로 용액 속에 보존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얼음의 결정성은 전자를 통한 분석에 영향을 줍니다. 일반적인 얼음은 분자들이 일정한 배열을 가지고 있는 결정성 고체(crystalline solid)이며 이들은 전자빔에 대해 회절(diffraction)현상을 일으켜 좋은 이미지를 얻지 못하게 합니다. 그리하여 자크 두보쉐(Jacques Dubochet)는 샘플을 균일하게 구멍이 뚫린 얇은 필름에 넣은 후 액체 에테인(ethane)과 질소를 활용해 영하 200도 정도에서 빠른 속도로 샘플을 얼렸습니다. 급속 냉각을 하면 분자들이 규칙적인 배열을 할 시간이 부족해 회절이 일어나지 않는 비결정성 고체(non-crystalline solid)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전자현미경으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3]


과학자들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성능을 얻기 위해 정보 과학을 활용했습니다. 아무리 비결정성 얼음으로 시료를 보호하고 있다고 해도 매우 강한 전자빔을 사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요아힘 프랑크(Joachim Frank)는 컴퓨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여러 장의 흐릿한 사진들을 조합해 한 장의 선명한 사진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여러 방향에서 바라본 2차원 정보를 종합해 3차원 구조를 결정하는 방법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약한 전자빔으로도 필요한 사진을 얻을 수 있으며, 현재는 단백질과 같은 분자를 원자 단위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 나아가, 한 분자의 여러 3차원 배향 이미지를 얻고 그것의 순서를 맞춰봄으로써 용액 속에서 생체 분자들의 움직임에 대한 분석 또한 할 수 있습니다. [2], [3]


정리하자면, 저온전자현미경은 기존 전자현미경의 생체 분자에 대한 문제점을 해결한 기술입니다. 이 분자들이 진공 상태에서는 불안정하고 강한 전자빔에 취약하다는 문제를 샘플의 급속 냉각과 이미지 개선 알고리즘 등으로 이겨냈습니다. 이 저온전자현미경은 이전까지 구조 분석에 주로 활용하던 X선 회절법(X-ray diffraction method)과 핵자기공명 분광법(nuclear magnetic resonance)의 여러 한계를 극복했다고 평가받습니다. X선 회절법은 분석할 샘플 준비가 까다로우며 핵자기공명 분광법은 작은 분자에 대해서만 활용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어 활용할 수 있는 분자 종류가 제한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다양한 생체 분자들의 구조를 더 작은 단위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1] 저온전자현미경의 활약이 도드라지는 사례로는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가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바이러스가 알려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인 작년 2월, 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3차원 지도를 완성했습니다. 바이러스의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이들의 특징에 대해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치료제와 백신을 개발할 때 우리가 어떠한 부분을 통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인식할 것인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4] 같은 해 8월에는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가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장면을 이 현미경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연구들로부터 우리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도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었습니다.[5] 이러한 연구 결과에 기반해 현재까지도 여러 약과 백신들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분자의 입체 구조와 거동을 파악하는 것은 학술적인 목적에 국한되지 않고 의학, 약학 등 여러 분야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림 4. 저온전자현미경으로 얻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스파이크 단백질의 움직임[6]


저온전자현미경은 여러 방면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지만 샘플 농도, 전자빔 세기와 같은 분석 조건을 최적화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사용 비용이 높다는 등의 문제점 또한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저온전자현미경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저온전자현미경으로는 여러 거대 분자들의 윤곽만을 대략 파악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원자 단위로 세밀한 분석을 할 수 있습니다. 활용되는 장비와 소프트웨어가 발달함에 따라 저온전자현미경의 성능도 점차 발달하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이것이 구조 규명 기술의 주류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아직 자연에는 해결되지 않은 질문들이 많습니다. 특히, 많은 요소가 상호작용하는 생물 내의 과정은 더욱더 그러합니다. 이들의 구조와 움직임을 파악하는 일은 이 의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기존 기술의 벽을 뛰어넘은 저온전자현미경을 통해 이러한 궁금증들이 해소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References]

[1] L. Stryer, J. M. Berg, J. L. Tymoczko, and G. J. Gatto, Jr., Biochemistry(9th edition), W. H. Freeman, 2019

[2] Nobel prize organization, Press release: The Nobel Prize in Chemistry 2017, 2017

Retrieved from https://www.nobelprize.org/prizes/chemistry/2017/press-release/

[3] X. Benjin, L. Ling, Developments, applications, and prospects of cryo-electron microscopy, Protein science, 2019, 29, 4, 872-882

[4] 곽노필, 〈‘코로나19’ 바이러스 3D 지도 완성…백신 개발 가속도〉, 《한겨레》, 2020. 02. 20.,

〈https://www.hani.co.kr/arti/PRINT/928959.html〉, 2021. 05. 03.

[5] 곽노필, 〈코로나19 항체의 사냥 장면, 극저온 전자현미경으로 잡아냈다〉, 《한겨레》, 2020. 08. 05.,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956524.html〉, 2021. 05. 03.

[6] A. M. Ismail and A. A. Elfiky, SARS-CoV-2 spike behavior in situ: a Cryo-EM images for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COVID-19 pandemic,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 2020, 5, 252



Written by GLEAP 10기 장현성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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