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셨나요? 인터스텔라에는 더 이상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을 찾아 떠난 탐사대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 탐사대가 2번째로 도착한 행성은 완전히 얼음으로 뒤덮인, 인간이 살 수 없는 행성이었습니다. 결국 탐사대는 다른 행성을 찾아 떠나게 되지요. 얼음으로 덮인 행성에서 생명체가 살아가는 것을 상상하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우리 지구도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이었다면 믿으실 수 있나요?
그림 1. 인터스텔라의 얼음행성[1]
눈덩이 지구 가설이란 극지방에서 적도까지, 지구 전체가 빙하로 뒤덮인 시기가 있었다는 가설입니다. 이 가설은 지질학자들이, 우리나라 옥천 누층군[2]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발견되는 빙하에 의한 퇴적물 위에 탄산염(주로 탄산칼슘 CaCO3)광물층이 붙어 있는 지층을 설명하기 위해 제안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빙하는 극지방에서, 탄산염 광물은 따듯하고 얕은 바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지층은 짧은 시간 동안 급격한 기온과 환경의 변화가 일어나야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림 2. 빙하 퇴적물(아래)과 붙어있는 탄산염 광물(dolomite)층 (Bigganjargga, Varangerfjord, north Norway) [4]
그림 3. 빙하가 지나가며 만드는 빙하유선 (Jbe´liat diamictite in Adrar, Mauritania) [4]
1992년,지질학자 커슈빙크(Joseph L. Kirschvink) 교수는 암석의 고지자기학 연구를 지층의 설명에 사용하며 눈덩이 지구 가설을 처음으로 제안하였습니다[3]. 고지자기학이란, 암석 속 입자를 연구하여 과거 지구 자기장을 연구하는 분야를 의미합니다. 어떤 물질이 자성을 띤다는 것은 그 물질이 작은 자석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때문에 지구상에서 자성을 띠는 물질들은 나침반처럼 지구자기장 방향을 향하게 됩니다. 이때, 위도에 따라 지구자기장과 지표면이 이루는 각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암석 속 자성 입자들의 배열은 퇴적물이 쌓인 곳의 위도를 알려줍니다. 커슈빙크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탄산염 광물층과 붙어 있는 빙하 퇴적물은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 지역에서 퇴적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지질학자들은 과거 얼음이 극지방부터 적도 지방에까지 존재했거나 지구 자전축이 60도 이상 기울어서 극지방보다 적도 지방의 온도가 낮았을 것이라는 두 가지 가설을 제안했습니다[4].
하지만, 자전축이 기울어졌다는 가설은 갑작스러운 빙하 퇴적물의 등장과 소멸, 그리고 빙하 퇴적물 이후에 만들어진 탄산염층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눈덩이 지구 가설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고, 이러한 눈덩이 지구가 지구 역사에서 두 번 나타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림 4. 신원생대 Sturtian glaciation 시기의 빙하 분포와 얼음이 지구를 덮었다 사라지는 한 사이클 동안 눈덩이 지구 시기의 지구 표면 온도 (Walker, 2001) [4]
첫 번째 눈덩이 지구는 약 22-23억 년 전 고원생대 시기에 온실기체 메테인(CH4)이 대기에서 사라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5]. 메테인은 당시 지구상에 풍부했던 메테인생성균의 영향으로 대기 중 농도가 현재보다 높았습니다. 이러한 메테인이 사라진 원인은 남세균의 탄생이었습니다. 남세균에 의해 최초의 광합성이 시작되면서 대기 중 산소(O2)가 늘어났고, 산소와 반응한 대기 중의 메테인이 제거된 것입니다.당시 지구 온실효과의 주 원인이었던 메테인의 감소는 전 지구적 냉각으로 이어져 눈덩이 지구 시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림 5. 남세균(Cyanobacteria) [6]
두 번째 눈덩이 지구는, 신원생대 시기 약 7억 5천만 - 5억 5천만 년 전의 기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눈덩이 지구가 시작되었습니다. 화산활동으로 대기 중에 방출된 화산재와 이산화황(SO2), 황화수소(H2S) 등 화학물질이 원인이었습니다[7]. 큰 화산이 분출하면서 성층권까지 도달한 이산화황과 황화수소가 황산염 에어로졸(작은 고체 또는 액체 입자들)로 변하면서 태양광을 차단했습니다. 안정한 성층권에서 에어로졸이 오래 떠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기온은 급격히 하강했습니다. 이 시기의 화산활동이 다른 시기보다 활발했던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당시에 판이 여러 개로 분리되며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 원인이라는 가설이 제안되기도 했습니다[8].
지구를 덮었던 얼음은 이산화탄소(CO2) 농도 증가로 온실효과가 강화되면서 사라졌습니다. 지표면은 얼음으로 완전히 덮여 있었지만, 몇몇 지역에서는 이를 뚫고 화산이 폭발했습니다. 화산에서 대기 중으로 뿜어져 나온 이산화탄소는 바다를 덮은 얼음에 막혀 바닷물로 녹아들지 못했습니다. 그 결과 두 번째 눈덩이 지구가 끝날 무렵에는 현재의 약 350배 농도의 이산화탄소가 공기 중에 쌓이면서[9] 온실효과가 강화되었습니다. 온실효과로 기온이 높아지자 지구를 덮고 있던 얼음은 사라졌습니다. 빙하 퇴적물에 쌓인 탄산염 광물이 퇴적된 것은 바로 이 시기로 추정됩니다. 풍부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녹아들면서 해양에 매우 두꺼운 탄산염 광물층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지구는 생명체에 의한 광합성과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두 번의 눈덩이 지구 시기를 겪었습니다. 하지만 온실효과의 증가로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약 46억 년의 전체 지구 역사에서 눈덩이 지구 시기는 오랜 기간을 차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혹독한 기간 얼음을 피해 살아남은 생명체들은 지구에서 계속 번성할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이 얼어붙은 행성을 발견한다면, 인터스텔라에서와 달리 눈덩이 지구처럼 얼음 속에 생명을 잠시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닐지 한 번 생각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References]
[1] https://i.imgur.com/mY9c9kT
[2] Choi, D.K., Woo, J.S. and Park, T.Y., The Okcheon Supergroup in the Lake Chungju area, Korea: Neoproterozoic volcanic and glaciogenic sedimentary successions in a rift basin. Geoscicnces Journal, 2012. 16, 3, 229-252.
[3] Salyards, S. L., K. E. Sieh, and J. L. Kirschvink, Paleomagnetic Measurement of Nonbrittle Coseismic Deformation Across the San Andreas Fault at Pallett Creek, J. Geophys. Res., 1992. 97(B9), 12, 457–12, 470.
[4] Hoffman, P.F., D.P. Schrag, The snowball Earth hypothesis: testing the limits of global change. Terra Nova, 2018. Vol 14, No. 3, 129–155
[5] Kopp, R.E, J.L. Kirschvink, I.A. Hilburn, C.Z. Nash, The Paleoproterozoic snowball Earth: A climate disaster triggered by the evolution of oxygenic photosynthesis. PNAS, 2005. vol. 102, 32, 11131-11136
[6] NASA, Cyanobacteria guerrero negro.jpg, retrieved fromhttp://microbes.arc.nasa.gov/images/content/gallery/lightms/publication/unicells.jpg
[7] Macdonald, F.A., Wordsworth, R., Initiation of Snowball Earth with volcanic sulfur aerosol emissions.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2017. 44, 1938-1946, doi:10.1002/2016GL072335
[8] Stern, R.J., Miller, N.R., Did the transition to plate tectonics cause Neoproterozoic Snowball Earth?, Terra Nova, 2017. 30:87–94.
[9] Hoffman, P.F., Kaufman, A.J., Halverson, G.P., Schrag, D.P., A Neoproterozoic Snowball Earth. Science, 1998, vol. 281, 1342-1346
Written by GLEAP 10기 정주환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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