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하루에 총 몇 잔의 커피를 마시나요? 일어나자마자 한 잔, 점심 먹고 후식으로 라떼 한 잔, 낮에 일하다 몰려오는 식곤증을 쫓기 위해 또 아메리카노 한 잔, 밀린 과제가 있다면 밤에도 한 잔, 혹은 여러 잔. 대한민국의 1인당 평균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전 세계 평균 소비량의 약 2.7배 수준으로 연간 353잔입니다. 또한 전 세계의 커피 소비량은 주스, 차, 물, 탄산음료 등 커피를 제외한 다른 음료 소비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이처럼 커피 소비량이 높은 이유, 즉 대부분의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이유는 커피 속의 “카페인“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카페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어떤 사람은 잠들기 전 커피를 마시고도 잠에 잘 드는 반면에 다른 누군가는 커피를 한 모금이라도 마시면 밤에 잠에 못 드는 건 왜일까요? 커피에 대한 선호도 유전되는 것일까요? 이제부터 카페인이 무엇인지, 커피 유전자라는 것이 있는지, 이에 대한 답을 알아봅시다.
1. 커피의 작용기전
커피의 성분 중 하나인 카페인은 ‘향정신성 약물(psychoactive drug)’로 분류되는 각성제입니다. 아침에 일어난 직후 우리의 뇌는 비몽사몽한 상태가 몇 분간 이어지곤 하는데 그 이유는 아데노신이라는 물질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물질이 우리의 뇌에 작용하게 되면 졸음을 유발하고 흥분을 억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우리 몸 속 수많은 반응들에 에너지로 사용되는 ATP(adenosine tri-phosphate)가 분해되면 아데노신이 생성됩니다. 또한 ATP의 사용 및 분해가 증가할수록 아데노신의 생성이 증가하여 혈중에 축적되기 시작합니다. 이후 ATP를 합성할 수 있는 연료(우리가 섭취한 음식으로부터 흡수된 포도당 등)가 떨어지면 축적된 아데노신이 우리의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졸음을 유발하는데, 이는 우리 몸의 활동을 제한하여 부족한 에너지 자원을 보존하기 위함입니다. 운동을 하고 나면 졸음이 쏟아지는 것도 ATP가 분해되어 아데노신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림1> ATP의 분자구조와 아데노신[1]
아데노신은 뇌에 있는 아데노신 수용체(adenosine receptor)에 결합해 신호를 보내게 되는데, 카페인은 아데노신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카페인의 작용기전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섭취한 카페인이 뇌로 들어가는 화학 물질들을 걸러 주는 혈뇌장벽(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여 아데노신 수용체에 결합하게 되면 아데노신은 중추신경계에 졸음 신호를 전달하지 못하게 되고, 우리의 몸은 카페인의 각성 효과를 느끼게 됩니다. 카페인을 과하게 섭취하게 되면 (혹은 사람에 따라 한 잔의 커피만으로도) 신경활성이 증가함에 따라 아드레날린과 같은 각성 호르몬의 분비가 촉진되고 그로 인해 심장이 빨리 뛰거나 혈관이 수축해 손이 차가워지는 상태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그림2> 카페인의 분자구조[2]
<그림3> 카페인의 작용 기전[3]
2. 커피 유전자
어떤 사람은 향긋한 (혹은 쓴) 아메리카노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커피를 아예 마시지 않습니다. 이런 취향 차이가 우리의 유전자와 관련이 있을까요? 연구에 따르면, 개인의 커피 선호도는 카페인이 주는 각성 효과의 지속성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혈중 카페인의 양을 조절하는 것은 각자의 카페인 대사(代謝, metabolism)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카페인 대사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CYP1A2 와 AHR 유전자입니다. CYP1A2 유전자에 의해 생성되는 CYP1A2 효소는 간에서 직접적으로 카페인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효소 단백질입니다. AHR 유전자는 이 CYP1A2 효소의 발현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죠. 이 두 유전자의 합동작전으로 우리의 혈액 속에 카페인이 얼마나 많이, 얼마나 오랫동안 흐를지 결정됩니다.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 유전자도 있습니다. ADORA2A 유전자는 아데노신 수용체의 발현을 조절하고 ABCG2 유전자는 혈뇌장벽을 통과하는 카페인의 양을 결정합니다. 이렇게 여러 유전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카페인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기 때문에 개개인은 각각 서로 다른 카페인 반응을 보이게 되고, 그에 따라 커피에 대한 선호도도 바뀌게 되는 것이죠.
이로써 카페인이 잠을 쫓는 기전과 유전자와 개인의 커피 선호도의 관계를 알아보았습니다. 개인에 따른 유전자의 차이와 더불어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으로도 카페인에 대한 개인차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평소 카페인을 자주 섭취하는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데노신 수용체가 증가해 같은 각성 효과를 위해서 더 많은 카페인을 필요로 하거나 카페인을 섭취하지 않았을 경우 평소보다 더 큰 피곤함을 느끼게 됩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자신의 카페인 선호도 뒤에는 어떤 설명이 숨어있는지, 어떤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부록> CYP1A2 유전자의 서열 차이와 카페인 대사 속도
카페인 대사의 95%를 담당하는 CYP1A2 효소를 암호화하고 있는 CYP1A2 유전자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사람마다 CYP1A2 유전자에 대해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립유전자란, 한 쌍의 염색체에서 같은 유전자 자리에 존재하면서 다른 표현형을 나타내는 유전자입니다. 예를 들어 ABO식 혈액형에서 A, B, O가 각각 ‘혈액형’이라는 형질을 나타내는 대립유전자입니다. 특정 표현형을 나타내는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유전자는 전사(transcription, DNA 상의 염기 서열 정보가 mRNA로 옮겨지는 과정)와 번역(translation, mRNA의 염기서열이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의 배열로 바뀌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대립유전자의 염기서열 차이가 서로 다른 표현형을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CYP1A2 유전자의 경우에도 여러 대립유전자가 존재하는데, 연구에 따르면 그 중 CYP1A2*1C 대립유전자 두 개를 가진 CC 유전형이 가장 빠른 카페인 대사 능력을 가집니다. 이에 비해 CYP1A2*1A 대립유전자 두 개를 가진 AA 유전형이나 CYP1A2*1A 대립유전자와 CYP1A2*1C 대립유전자를 가진 AC 유전형은 비교적 느린 카페인 대사 능력을 보입니다.
<그림4> CYP1A2 대립유전자
References
(글)
[1]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science/article/news-daylight-saving-time-coffee-caffeine-genes-dna
[2]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1/04/210428080939.htm
[3] Jue-Sheng Ong, Liang-Dar Hwang, Victor W. Zhong, et al., “Understanding the role of bitter taste perception in coffee, tea and alcohol consumption through Mendelian randomization”, Nature, 2018.
[4] Ricardo Magalhaes, Maria Pico-Perez, Madalena Esteves, et al., “Habitual coffee drinkers display a distinct pattern of brain functional connectivity”, Nature, 2021.
[5] George McMahon, Amy E. Taylor, George Davey Smith, et al., “Phenotype Refinement Strengthens the Association of AHR and CYP1A1 Genotype with Caffeine Consumption”, PLoS One, 2014.
[6] https://www.nutritionsociety.org/papers/do-your-genes-determine-whether-coffee-good-or-bad-you
[7] Al-Ahmad MM, Amir N, Dhanasekaran S, et al., “Genetic polymorphisms of cytochrome P450-1A2 (CYP1A2) among Emiratis”. PLoS One. 2017;12(9):e0183424. Published 2017 Sep 21. doi:10.1371/journal.pone.0183424
[8] https://www.sleepscore.com/learn-about-adenosine/
(그림)
[1] https://biologydictionary.net/atp/
[2] https://en.wikipedia.org/wiki/Caffeine
[3] https://www.youtube.com/watch?v=4YOwEqGykDM
Written by GLEAP 10기 김예진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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