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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립 vol.20 2022년 2월호] 비눗방울에서 양자장론까지

물리는 변분법을 타고


여러분들은 어렸을 때 비눗방울을 가지고 놀아 보신 경험이 있나요? 비누와 물만 가지고도 만들 수 있는, 영롱한 색을 뽐내는 비눗방울은 아마 매력적이면서도 가장 저렴한 장난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비눗방울은 내부 분자들끼리 서로 끌어당겨 표면적을 최소화하려는 표면장력으로 그 모양이 유지됩니다. 이를 수학적으로 생각하면, 임의의 고리나 주어진 틀을 모두 연결하며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곡면이 비눗방울의 모양이 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조셉 루이스 라그랑주가 처음 제기한 이 수학적 문제는 오늘날 플래토의 문제 (Plateau’s problem) 라고 불립니다. 가장 간단한 예시로, 원형 고리 두 개가 서로를 마주보며 약간 떨어져 있을 때 이들 사이에 형성될 수 있는 비누막의 모양을 찾는 문제도 플래토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변분법입니다.

그림 1. 표면적을 최소로 하는 비누막 [1]


변분법 (calculus of variation) 은 어떤 양의 최대 또는 최솟값을 찾아내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변수를 하나만 가지는 미분 가능한 함수가 있을 때, 구간 내 최대 또는 최솟값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경계값들과 미분계수가 0이 되는 점들의 함숫값들을 모두 찾아 비교해 보는 방법을 주로 사용했을 것입니다. 특정한 변수들을 정의역으로 가지는 함수 (function) 의 개념에서 나아가, “변수들의 영향을 받는 함수”를 정의역으로 가지는 범함수 (functional)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마라, 분모자, 청경채 등의 가격들을 모두 합친 마라탕의 가격을 생각해 봅시다. 마라, 분모자, 청경채 등은 시간을 정의역으로 갖는 하나의 함수가 됩니다. 그리고 마라탕의 재료값은 이 마라, 분모자, 청경채 등의 가격으로 결정이 되기에, 마라탕의 가격은 하나의 범함수로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범함수의 극값을 찾는 과정이 바로 변분법입니다.

그림 2. 마라탕으로 비유한 범함수


이러한 범함수의 값은 범함수의 정의역인 함수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따라 그 값이 달라집니다. 최적화하고자 하는 범함수 S가 다음과 같이 쓰여지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변분법은 위의 상황에서 범함수 L의 정의역인 함수 y가 만족해야 하는 하나의 방정식을 제시합니다. 이 방정식은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 (Euler-Lagrange equation) 이라고 부릅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로 2차원 평면에서 고정된 두 점 A와 B 사이를 잇는 최단 길이의 곡선은 어떤 형태인지 생각해 봅시다. 이때 A와 B 사이를 잇는 임의의 경로를 함수 로 표현할 수 있다면, A점과 B점 사이의 길이는 아래와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식에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적용시켰을 때 y(x)는 두 점 A와 B 사이를 잇는 직선의 방정식이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습니다. “평평한 면에서는 두 점 사이를 잇는 최단거리는 똑바른 선분이야” 라는 당연해 보이는 결과를 수식적으로도 보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얻은 것입니다.


수학과 물리학의 세계에 흠뻑 빠진 사람들은 평평


하지 않은 곡면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구면 위의 두 점을 잇는 최단 길이 경로는 두 점을 잇는 대원의 일부라는 사실 또한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통해 얻어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 노력들이 합쳐지고 발전하여 현대의 미분기하학 (differential geometry) 이나 기하학적 측도론 (geometrical measure theory) 으로 발전했습니다. 또한 이는 물리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질량의 분포는 시공간을 휘게 만든다” 라는 주장을 담은 일반상대성이론에서는 그 정의에 맞게 휘어진 공간을 다루어야 하기에 두 지점 사이를 잇는 최단 거리인 측지선 (geodesic) 을 결정하는 데 변분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림 3. 질량에 의해 휘어지는 공간 [2]


이러한 변분법은 수학과 물리학의 곳곳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물체의 운동 및 상호작용을 기술하는 방법 중 L = T-V로 정의되는 라그랑지안(Lagrangian) 이라는 도구를 활용해 기초적인 물체의 운동을 분석하는 라그랑주 역학을 범용적으로 많이 사용합니다. 라그랑주 역학에서는 라그랑지안을 시간에 대해 적분한 범함수가 최소가 되는 조건을 찾기 위해 변분법을 사용합니다. 라그랑주 역학의 결과는 잘 알려진 F = ma, 즉 뉴턴 역학에서 얻는 결과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라그랑주 역학은 뉴턴 역학에서 얻기 힘든 정보를 분석하거나 조금 더 간편하고 깔끔하게 문제를 풀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합니다. 어떤 시스템의 라그랑지안을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 넣어 얻은 결과는 하나의 방정식으로 해당 상황을 설명하게 해 줍니다.


고전적인 역학에서 맹활약을 펼치던 라그랑주 역학과 변분법은 현대의 물리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흔히 슈뢰딩거 방정식으로 대표되는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은 역학적 에너지가 운동 에너지와 퍼텐셜 에너지의 합이며, 운동에너지를 으로 기술하는 고전적인 역학에 양자역학의 관점을 더해 등장한 이론입니다. 슈뢰딩거 방정식을 필두로 하는 양자역학은 빛의 속도에 비해 매우 느린 입자들의 운동을 기술하는 데에는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하지만, 매우 속도가 빠른 입자들을 기술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정보의 전달 속도가 빛보다 빠를 수는 없다는 인과율 (causality) 위반 현상이 대두되었습니다. 기존의 비상대론적 양자역학과 상대론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이론이 바로 양자장론 (Quantum field theory) 입니다. 이런 양자장론에서도 비상대론적 양자역학의 슈뢰딩거 방정식처럼 여러 방정식들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방정식들이 등장하는 기반에는 라그랑지안과 라그랑주 역학이 있습니다. 특정 스핀을 가진 소립자들을 설명하는 라그랑지안이 있으면 그 라그랑지안을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에 넣어 그 소립자들이 만족해야 하는 방정식을 도출해 냅니다.


라그랑지안은 특정 시스템을 설명하는 지배적인 양이기에 이를 분석하는 것은 무척 중요합니다. 물리학에서는 라그랑지안을 분석하는 하나의 도구로써 대칭성을 요구하는데, 이를 게이지 대칭성 (Gauge symmetry) 이라고 부릅니다. 이 대칭성이라 함은, 친구 A를 약간 옆에서 본다고 해서 이 사람이 다른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시스템을 설명하는 물리량에 특정한 변환을 가했을 때 어떤 양이 보존되기를 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양자장론에서는 입자를 설명하는 라그랑지안도 이 게이지 대칭성을 가지고 있기를, 즉 라그랑지안이 게이지 변환에 대해 불변성 (Gauge invariance) 을 가지기를 요구합니다. 자연계의 힘인 강력, 약력.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입자를 설명하는 함수의 제곱 항은 이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하지 못하기에, 이 항들이 라그랑지안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제곱 항은 입자의 질량을 부여하는 항이기에, 이 항이 없는 라그랑지안은 곧 매개입자들의 질량이 0임을 강제하게 됩니다. 전자기력을 매개하는 광자와 강력을 매개하는 글루온은 질량이 0이었으나, 약력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분명히 질량을 가지고 있었기에 양자전기역학의 예측이 틀린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사람은 바로 “힉스 입자” 로 잘 알려진 피터 힉스입니다. 피터 힉스는 원래 게이지 대칭성을 만족하는 항에서 시스템을 표현하는 함수를 다르게 표현하면 질량을 표현하는 항이 튀어나올 수 있음을 시사하였습니다. 대신에 이 함수를 바꾸기 위해서는, 원래 퍼텐셜을 가장 낮게 해 주던 점이 원점이었을 경우, 이 극소를 이동시켜 주는 항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자발적 대칭성 붕괴라고 부르고, 이를 통해 약력을 매개하는 입자들은 이론적으로 질량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 4. Higgs mechanism의 주요한 근간이 되는 Mexican hat potential [4]


변분법과 라그랑주 역학은 수학과 물리 역사를 관통하여 휩쓸고 지나가는 하나의 흐름과도 같습니다. 변분법을 따라가다 보면 고전적인 역학에서부터 이를 뒤엎은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나아가 양자장론까지 모든 분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변분법과 라그랑주 역학을 공부하며 깊고 넓은 물리학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 보는 건 어떨까요? 아름다운 방학의 마무리를 변분법과 함께 한다면 다음 학기도 전혀 두렵지 않을 거에요!


S1. 라그랑지안 및 라그랑주 역학


라그랑지안은 운동에너지 T에서 퍼텐셜 에너지 U를 뺀 값으로 정의되는 값이며, 이 라그랑지안을 시간에 대해 적분한 값이 액션 (action) 이라는 값으로 불립니다. 라그랑주 역학은 이 액션이라는 값이 최소인 경로를 따른다는 최소 작용의 원리를 근간으로 합니다. 이 라그랑주 역학은 고전역학으로 불리우는 뉴턴 역학과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예를 들어 용수철 상수 k인 용수철에 질량 m의 블록이 연결되어 움직이는 상황을 생각해 봅시다. 평형점에서의 변위를 x로 둔다면, 이때 라그랑지안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적용하면 다음의 식을 얻습니다.

이는 정확하게 뉴턴 역학과 같은 결과입니다.


이러한 라그랑주 역학은 뉴턴 역학과 동일한 결과를 보이지만 여러 방면에서 뉴턴 역학에 대비된 이점을 보입니다. 가장 큰 이점은, 뉴턴 역학에서 다루는 힘, 변위, 속도 등은 벡터량이기 때문에 성분의 분해 등이 중요한 관건인 반면 라그랑주 역학에서 다루는 라그랑지안은 스칼라값이라는 점입니다. 성분의 분해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역학을 수식으로 전개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여기에서 나아가 수학 2에서 배우는 라그랑주 승수법을 이용하면 구속 조건을 표현하는 함수와 최적값을 찾아야 하는 함수 사이에서 성립하는 공식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 봅시다. 이를 확장하면 구속 조건이 있는 경우나 구속력을 셈해야 하는 상황에서 성립하도록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변형하여 구속력을 쉽게 셈할 수 있습니다.


S2. 특정 스핀을 가진 소립자


입자의 스핀 (spin) 은 입자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일반적으로 특정 종류의 입자들은 고유한 스핀 양자수 s를 가지며, +s부터 -s까지 정수 간격으로 나타나는 수들의 집합인 스핀 자기 양자수를 가집니다. 대표적으로 전자는 1/2, 광자는 1, W보존과 Z보존은 1의 스핀 양자수를 가집니다. 사람마다 자신이 가지는 고유한 키가 있듯이, 입자들은 자신의 스핀 양자수라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는 것입니다.


스핀 양자수가 반정수, 즉 1/2, 3/2, 5/2 등인 입자들은 페르미온 (Fermion) 이라고 부르고, 스핀 양자수가 정수, 즉 0, 1, 2 등인 입자들은 보존 (boson) 이라고 부릅니다. 페르미온은 페르미-디락 분포를 따르며, 보존은 보즈-아인슈타인 분포를 따르는 입자입니다. 페르미온의 중요한 특성은 파울리 배타 원리가 성립한다는 점으로, 같은 양자 상태를 점유할 수 없기 때문에 양자 상태에서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러한 입자들이 만족해야 하는 고유한 방정식들이 존재합니다. 스핀 양자수가 0인 입자들은 클라인-고든 방정식, 스핀 양자수가 1/2인 입자들은 디랙 방정식, 바일 방정식 등을 만족하며, 스핀 양자수가 1인 입자들은 맥스웰 방정식 또는 프로카 방정식을 만족합니다. 대표적으로 전자기파에 대해 성립하는 맥스웰 방정식은 전자기파의 매개 입자가 광자임에 의해 스핀 1인 질량이 없는 입자들의 장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정식들은 각각의 스핀 양자수를 가진 입자들의 라그랑지안에 오일러-라그랑주 방정식을 적용해 얻을 수 있고, 역으로 입자들이 만족하는 방정식으로부터 입자들을 표현하는 라그랑지안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이 라그랑지안의 국소적 게이지 대칭, 전역적 게이지 대칭 조건 등을 고려해 입자들이 가지는 특성들을 수식적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References

[1]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1803100039

[2] https://blog.doublehelix.csiro.au/gravity-makes-earth-age-slowly/

[3]https://protonsforbreakfast.wordpress.com/2014/04/13/feynman-diagrams-are-maths-not-physics/

[4] https://cds.cern.ch/record/2012465/plots


Written by GLEAP 10기 김태완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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