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틀 내부 구조와 플룸 구조론
여러분은 “하와이” 하면 어떤 것이 생각나시나요? 많은 분이 아름다운 모래사장이 있는 해변, 푸른 바다, 그리고 화산을 떠올리실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하와이의 화산은 특별합니다. 지구상 대부분의 화산은 판과 판의 경계부에 위치하지만, 하와이의 화산은 판의 경계와는 멀리 떨어진 태평양판 한가운데에 있기 때문입니다. 하와이에서는 판의 운동으로 마그마가 만들어지는 대신 지하의 열점에서 마그마가 공급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째서 이 넓은 지구 표면 중 하와이에 열점이 있는 걸까요? 그리고 하와이의 화산을 만든 마그마는 어디서 만들어졌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이 질문들을 해결해 줄 맨틀 내부 구조와 플룸 구조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Figure 1. 하와이 화산의 용암 (Photo by Marc Szeglat on Unsplash) [1]
지구 내부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가장 바깥에 지각이 있고, 지각 아래로 내려가면서 순서대로 제일 큰 부피를 차지하는 맨틀, 그리고 액체 상태의 외핵과 고체 상태의 내핵이 있습니다. 층들은 서로 구성 원소의 비율이나 존재 형태에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해당 층의 물리적 성질을 결정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지구를 관통하여 전파되는 지진파 관측을 통해 지구 내부 구조를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각각의 층 내부, 그리고 층 사이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연구하면 지구의 깊은 곳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리고 지구가 아주 긴 시간 동안 어떻게 변화해왔고 또 변화해갈지 알아낼 수 있습니다.
Figure 2. 지구 내부 구조. 왼쪽은 화학 조성에 따라 지각, 상부 맨틀, 전이대, 하부 맨틀, 외핵, 내핵으로 나눈 것이고 오른쪽은 물리적 성질을 기준으로 암석권, 연약권, mesosphere, endosphere로 나눈 것이다. [a]
한편, 맨틀의 내부에서도 깊이에 따라 그 물리적, 화학적 특성이 달라집니다. 맨틀의 가장 윗부분은 단단한 부분으로, 지각과 붙어있으며 판이라고 불리는 암석권을 이룹니다. 그 바로 아래에는 부분 용융되어 있어 천천히 대류 할 수 있는 연약권이 있습니다. 여기까지 대략 410km까지를 상부 맨틀이라 합니다. 그리고 410km에서 660km까지는 전이대, 660km보다 아래는 하부 맨틀로 분류됩니다.[2] 과학자들이 이렇게 맨틀의 내부를 깊이에 따라 분류한 까닭은 이론적으로 그리고 여러 증거들을 통해 각 영역에서 원자들이 존재하는 방식, 즉 물질의 상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지구 내부에서는 깊이가 깊어질수록 압력이 커지고 온도도 따라서 높아지기 때문에, 그 영향으로 원자들의 배열에 변화가 생깁니다. 이러한 과정을 상전이라고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낮은 온도와 높은 압력에서 ‘얼음’이라는 상을 가지고 있던 물이 온도가 높아지거나 압력이 낮아지면 ‘액체 상태의 물’이라는 상으로 변화했다가 ‘수증기’가 되는 것이 상전이의 예시입니다. 이때, 물이라는 물질은 저온 고압에서 ‘얼음’이라는 상이 가장 안정하고 상대적으로 고온 저압에서는 ‘수증기’라는 상이 가장 안정하기 때문에, 주위 환경이 변화하면 그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상을 바꾼다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맨틀의 물질들도 마찬가지로 저온 저압에서 안정한 상이 있고, 고온 고압에서 안정한 상이 있습니다. 맨틀 내부에서 상전이는 맨틀을 이루는 광물의 종류가 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상부 맨틀에서 olivine(감람석)이던 물질이 전이대에서 wadsleyite가 되었다가 ringwoodite로 변하고, 전이대의 물질이 하부맨틀로 이동하면 ringwoodite가 bridgmanite와 ferripericlase라는 두 가지 광물로 나뉩니다.[3] 이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깊은 곳에 있는 광물이 외부의 압력에 더 잘 버틸 수 있고 밀도는 더 큰 광물입니다.
Figure 3. (A) 암석을 pyrolite로 가정한 경우 깊이에 따른 광물 조성의 변화.[3] Fp는 ferri-periclase, 진한 초록색은 olivine(감람석), 진한 갈색은 pyroxene(휘석), 분홍색은 garnet(석류석), 노란색은 Ca-perovskite (B) Ringwoodite[b] (C) Wadsleyite[c] (D) Bridgmanite[d]
맨틀 내부에서 물질의 이동은 맨틀 내부 구조에 큰 영향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섭입하는 판의 운동 과정을 살펴봅시다. 판 구조론에서 섭입형 경계라 부르는 경계에서는 밀도가 더 큰 판이 밀도가 작은 판의 밑으로 파고들어 맨틀 내부로 들어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맨틀의 내부로 들어간 판은 어떻게 이동하게 될까요? 그대로 외핵과 맨틀의 경계까지 파고들까요? 섭입한 판은 주위보다 상대적으로 차갑고 밀도가 높기 때문에, 지진파가 빠르게 통과합니다. 따라서 지진파 관측을 통해 판과 주위 맨틀을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진파로 맨틀 내부를 관측한 결과, 섭입한 판이 약 660km 부근에 정지해 있는 경우가 많이 확인되었습니다.[4] 이러한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전이대와 하부 맨틀의 경계에서 일어나는 상전이가 꼽힙니다. 같은 깊이에서 같은 압력을 받으면, ringwoodite에서 bridgmanite와 ferripericlase로의 상전이는 온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맨틀에서는 잘 일어나지만, 온도가 낮은 섭입하는 판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주변 맨틀의 물질들은 상전이로 밀도가 증가했지만, 섭입한 판에서는 상전이가 일어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밀도 변화가 작아집니다. 섭입하는 판은 같은 깊이의 주위 맨틀보다 밀도가 높기 때문에 가라앉고 있었지만, 판과 주위 맨틀 사이의 이 밀도 차이가 작아지게 된 것입니다. 판이 가라앉는 원동력이었던 밀도차가 사라지면서 섭입하던 판은 660km, 전이대와 하부 맨틀의 경계를 넘어서면 가라앉는 힘이 약해지고 아래가 아닌 옆으로 이동하게 됩니다.[3] 이렇게 침강을 멈췄던 판은 주위 맨틀에서 조금씩 열을 받아 점차 온도가 높아지다가, 상전이가 일어나고 다시 하부 맨틀로 가라앉게 됩니다.
Figure 4. 일본 해구에서 섭입하는 태평양판. 두 평행선은 410km, 660km 깊이를 의미한다. [4]
판이 침강하는 것과 반대로 맨틀 내부에서는 물질이 상승하는 과정도 존재합니다. 판이 지표면에서 하부 맨틀까지 침강하면서 지표의 물질이 줄어들고, 깊은 맨틀의 물질이 증가했기 때문에, 넘치는 하부 맨틀의 물질이 지표면으로 올라오는 과정도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을 뜨거운 ‘플룸’이 담당합니다. 플룸은 맨틀과 외핵의 경계에 있는 물질이 외핵이 내뿜는 열을 받아 가열되고 주위보다 밀도가 낮아지면서 떠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2] 이 뜨거운 플룸이 바로 하와이의 화산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뜨거운 플룸은 하와이 외에도 옐로스톤, 아이슬란드 등의 지역에 지각 아래 주위 맨틀보다 뜨거운 열점을 만들어 지각으로 마그마를 공급하고 있고, 더 나아가 동아프리카 열곡대와 같이 플룸으로 인해 판이 나누어지기 시작한 지역도 있습니다.[5] 그러면, 어째서 맨틀과 외핵 경계의 특정 부분에서만 플룸이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하와이의 마그마는 정확히 어디서 출발한 것일까요? 이를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맨틀과 핵의 경계, 그리고 그 바로 위의 D’’ layer로 불리는 맨틀 하부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Figure 5. 전세계 열점의 분포 지도 (Gillian Foulger) [e]
1900년대 중반에 과학자들은 외핵과 가까운 맨틀 하부 약 2,600km에서 S파의 속도 변화가 예상보다 작은 부분을 찾아냈습니다. 이 층이 바로 D’’ layer로 불리는 층입니다. 지진파의 속도 변화가 예상되는 값과 차이가 난다는 것은 이 층을 이루는 물질의 상 또는 온도와 조성이 알려진 것과 다르고, 그 결과 예상하지 못한 성질이 발견된다는 의미입니다. 한편, D’’ layer에서 S파 속도 변화의 원인 중 하나로 상전이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학자들은 이 지역의 맨틀 하부에 이전에 자연에서 발견되지 않았던 물질의 상이 있다고 판단했고, 현재는 이곳에서 bridgmanite가 post-perovskite라는 상으로 바뀌는 전이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합니다.[7] Post-perovskite는 같은 압력, 즉 같은 깊이에서 상대적으로 저온일 때 bridgmanite보다 안정적이며 초고압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이대를 뚫고 하부 맨틀의 깊은 곳까지 도달한 판이 상대적으로 주위보다 낮은 온도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는 섭입한 판에서 bridgmanite가 post-perovskite로 상전이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D’’ layer에서 주위보다 지진파 속도가 빠른 곳은 지표의 물질이 섭입하여 맨틀과 외핵의 경계에 도달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post-perovskite가 만들어지지 않는 곳이 바로 상승하는 뜨거운 플룸이 만들어지는 곳이 됩니다. 따라서, 지진파 관측을 통해 하와이 마그마를 이루는 물질이 어디서 출발했는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Figure 6. Bridgmanite(Mg-perovskite)와 post-perovskite [6]
핵과 맨틀 경계 인근에서 수평적인 온도의 분포는 과거에 섭입하여 이 깊이까지 내려간 판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모든 지역에서 판이 섭입해 들어오지는 않기 때문에 외핵과 맨틀의 경계에서 특정 부분은 섭입한 판으로 인해 온도가 낮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외핵이 방출하는 열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온도가 높아집니다. 온도의 차이는 밀도의 차이를 만들고 그 결과 부력이 물질을 밀어 올리면서 플룸이 만들어집니다. 차가운 판의 영향으로 핵과 맨틀 경계에서 뜨거운 플룸이 생기는 지역이 한정되면서, 넓은 지구 표면에서 하와이라는 좁은 지역에 열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약 핵-맨틀 경계에서 수평적인 온도의 차이가 없었다면, 플룸과 같은 구조는 생기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Figure 7. Bridgmanite와 post-perovskite 그리고 D’’ layer의 수평적인 온도 분포 차이[2]
하와이에서는 현재도 새로운 화산섬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플룸을 통해 맨틀의 최하부 물질들이 하와이에서 분출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뜨거운 플룸 중 많은 부분이 핵과 맨틀의 경계 바로 위가 아닌, 지구 내부 두 군데에 매우 넓게 퍼져 있는 LLSVP(large low shear velocity province) 상부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8] 또한, 현재 지구 내부에서 맨틀의 운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되더라도 과거에 어떻게 움직였고, 또 미래에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플룸과 지구 내부 물질의 순환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 많습니다. 앞으로의 연구를 통해 깊은 곳에 묻혀 있는 지구의 운동 방식이 완전히 드러나기를 기대합니다!
Figure 8. 핵-맨틀 경계와 LLSVP. LLSVP 상단에서 플룸이 시작된다.[8]
References
[1] Marc Szeglat on Unsplash. https://unsplash.com/@marcszeglat
[2] Condie, K. C. (2021). 4. The mantle. In Earth as an evolving planetary system. (pp.81-125). Academic Press.
[3] Marquardt, H., & Thomson, A. R. (2020). Experimental elasticity of Earth’s deep mantle. Nature Reviews Earth & Environment, 1(9), 455-469.
[4] Fukao, Y., Widiyantoro, S., & Obayashi, M. (2001). Stagnant slabs in the upper and lower mantle transition region. Reviews of Geophysics, 39(3), 291-323.
[5] Koptev, A., Burov, E., Calais, E., Leroy, S., Gerya, T., Guillou-Frottier, L., & Cloetingh, S. (2016). Contrasted continental rifting via plume-craton interaction: Applications to Central East African Rift. Geoscience Frontiers, 7(2), 221-236.
[6] Hirose, K., Sinmyo, R., & Hernlund, J. (2017). Perovskite in Earth’s deep interior. Science, 358(6364), 734-738.
[7] Oganov, A. R., & Ono, S. (2004). Theoretical and experimental evidence for a post-perovskite phase of MgSiO3 in Earth's D ″layer. Nature, 430(6998), 445-448.
[8] Deschamps, F., Li, Y., & Tackley, P. J. (2015). Large-scale thermo-chemical structure of the deep mantle: observations and models. In The Earth's heterogeneous mantle (pp. 479-515). Springer, Cham.
[a] Gervilla, F., González Jiménez, J. M., Hidas, K., Marchesi, C., & Piña, R. (2019). Geology and metallogeny of the upper mantle rocks from the Serranía de Ronda.
[b] Joseph R Smith. https://www.mindat.org/photo-913616.html
[c] T. Kawazoe. https://home.hiroshima-u.ac.jp/kawazoe/html/Kawazoe03-Crystal-EN.html
[d] Chi Ma, California University of Technology. https://www.mindat.org/photo-620376.html
[e] Andrew Alden. Map of World Hotspots. https://www.thoughtco.com/map-of-world-hotspots-1441100
Written by GLEAP 11기 정주환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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