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뇌종양 환자를 수술하는 도중에 깨워서 잘못된 증상은 없는지 확인하는 각성 수술을 진행한다(Fig1). 뇌수술을 하는데, 뇌를 쓰게 하여 의식이 있는지 확인하다니? 뇌과학이 생소한 사람들은 이 장면이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부터 데카르트까지, 의식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월간글립 7월호와 8월호에서는 의식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하는 두 가지 이론, Global Neuronal Workspace (GNW) 모델과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IIT) 를 살펴보고자 한다.
Fig1. 슬기로운 의사생활 속 각성수술 집도 장면 (그림 출처: tvN)
우선, 의식(consciousness)이란 무엇일까? 임상에서는 Laureys가 제시한 모델에 따라 주로 두 가지 요소를 충족하면 의식이 있다고 판단한다. 첫 번째는 Wakefulness로, 뇌간에 의해 눈이 떠지는 것을 말한다. 두 번째는 Awareness로, 감정, 인지, 생각 등의 주관적 경험을 하는 것을 말하며 환자의 머리맡에서 지시를 내려보며 확인한다. Awareness는 다시 주변 자극과 상관없이 상상, 생각 등을 하는 Internal awareness와 주변 자극에 따라 반응하는 External awareness(connectedness)로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Wakefulness, Connectedness, Internal awareness의 세 가지 차원에 따라 우리의 경험을 분류해보자(Fig2). 평상시 깨어있는 상태는 이 세 가지 조건이 최대인 상황이고, 뇌사나 전신 마취의 경우 세 가지 조건이 최소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1].
Fig2. Wakefulness, Connectedness, Internal awareness에 따른 경험의 분류 (그림 출처: [1])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식이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을까? 의식이 몸으로부터 기인한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과는 다르게 우리는 뇌사와 같은 현상들로부터 의식이 뇌로부터 기인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fMRI), 뇌파도(ElectroEncephaloGram, 이하 EEG) 등을 통해 뇌를 침습하지 않고 의식이 있을 때의 뇌 활동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Fig3)[2].
Fig3. EEG 기기를 착용한 사람의 모습
예를 들어, 의식적으로 단어를 본 상태와 무의식적으로 단어를 본 상태를 EEG로 관찰한 연구를 살펴보자(Fig4). Dehaene 연구진은 뇌가 특정 이미지에 집중하면 다음 이미지를 빠르게 제시했을 때 인식하기 어려워하는 현상을 이용하는 attentional blink 실험을 진행했다.
Fig4. Attentional Blink 실험 (그림 출처: [5])
EEG 결과를 분석하면 자극에 의해 변한 뇌 활동, 즉 ERP(Event Related Potential)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래의 그림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활성화된 부위라고 보면 된다. ERP 비교 결과(Fig5), 초기(P1, N1 단계)에는 의식적인 시각 자극이 주어졌는지와 관계없이 비슷한 뇌 활성을 보였다.
Fig5. 의식적인 시각 자극과 무의식적인 시각 자극이 주어졌을 때의 뇌 활성 변화: P1, N1 단계 (그림 출처: [3])
그러나 N2(276ms) 즈음부터는 의식적으로 단어를 봤을 때 뇌 활성이 증폭되더니 P3(436ms~576ms)에서는 앞쪽 피질에서 활성이 지속되었다(Fig6)[3].
Fig6. 의식적인 시각 자극과 무의식적인 시각 자극이 주어졌을 때의 뇌 활성 변화: N2, P3 단계 (그림 출처: [3])
이처럼 의식의 촉발에는 전전두엽 피질(prefrontal cortex)를 비롯하여 피질 지역들이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많았고, 이 연구들을 바탕으로 Baars는 1987년 Global Neuronal Workspace(GNW) 모델을 제시했다.
Fig7. 극장에서의 모습과 GNW 모델 (그림 출처: [4])
GNW 모델은 들어오는 정보들이 여러 뇌 시스템들에 범용적으로 공유될 때 의식이 발생한다고 본다(Fig7-A). GNW 모델은 극장에 비유되기도 한다. 극장에서는 배우들이 연극을 하는 무대 위가 가장 빛난다. 그러나 극장이 완성되려면 무대뿐만 아니라, 무대 뒤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지시를 내리는 스태프들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어둠 속에서 무대를 보는 다수의 청중이 없으면 극장은 완성되지 않는다. 이처럼 극장에서는 가장 빛나는 무대뿐 아니라 무대 뒤와 청중도 하나의 중요한 요소이다.
극장의 비유를 다시 GNW 모델에 맞춰서 살펴보자. 우리는 의식이 생겼을 때 Global Workspace가 활성을 띤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의식의 촉발은 Global Workspace 활성만이 아닌, 그 이상의 네트워크 활성이라고 보아야 한다. 의식이 촉발되기 전에 정보를 받고, 정보가 Global Workspace를 통해 다른 뇌 지역들에 전달되는 형식으로 하나의 거대한 연계 체계가 완성되는 것이다(Fig7-B). 입력 모듈(무대 뒤)로부터 정보를 받고 활성이 생긴 Global Workspace(무대)가 출력 모듈(청중)에 정보를 전달하면서 의식은 촉발된다
[4]. 만약에 충분한 자극이 입력되지 않는다면 자극이 계속 전달되어도 어느 순간 사라지지만(Subliminal Processing), 입력된 자극이 역치를 넘게 된다면 일시적으로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가 만들어지고 멀리 연결된 뇌 지역들까지도 정보를 받을 수 있게 된다(Fig8).
Fig8. 의식의 촉발되지 않았을 때(Subliminal processing)와 촉발되었을 때 (그림 출처: [2])
GNW 모델은 의식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에 해답을 제시한다. GNW 모델은 의식이 언제 어디에서 생기는지 설명할 수 있고, 임상적으로만 접근할 수 있던 뇌사나 전신마취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점에서 많은 뇌과학자의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GNW model이 의식과 관련한 모든 질문을 완벽하게 답해주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Global Workspace가 활성화되어 정보가 전달되면 ‘왜’ 의식이 생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의식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IIT)가 2000년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IIT를 알고 싶으시다면, 월간글립 8월호를 기다리시라!
[참고문헌 및 그림 출처]
[1] Martial, C., Cassol, H., Laureys, S., & Gosseries, O. (2020). Near-death experience as a probe to explore (disconnected) consciousness. Trends in Cognitive Sciences.
[2] Dehaene, S., & Changeux, J. P. (2011). Experimental and theoretical approaches to conscious processing. Neuron, 70(2), 200-227.
[3] Sergent, C., Baillet, S., & Dehaene, S. (2005). Timing of the brain events underlying access to consciousness during the attentional blink. Nature neuroscience, 8(10), 1391-1400.
[4] Baars, B.J. (1989). A Cognitive Theory of Consciousness (Cambridge, Mass: Cambridge University Press).
[5] Martens, S., & Wyble, B. (2010). The attentional blink: Past, present, and future of a blind spot in perceptual awareness. Neuroscience & Biobehavioral Reviews, 34(6), 947-957.
Written by GLEAP 8기 양제원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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