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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글립 vol.4 2020년 8월호] 의식의 과학 2편 : 의식은 정보의 흐름이다,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지난 월간 글립 7월호에서는 의식을 설명하는 GNW(Global Neuronal Workspace) 모델을 살펴보았다. GNW 모델은 의식이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는 효과적으로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의식이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제시해주지는 못한다 [1].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의식은 대뇌피질에 위치한 posterior hot zone과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나는데 (Fig 1), 이 영역이 의식과 관련이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뇌의 다른 부분, 예를 들어 운동의 조절과 평형에 관여하는 소뇌는 뇌의 나머지 부분과 비교할 때 4배 이상의 뉴런을 가지고 있지만, 수술로 제거하더라도 복잡한 운동의 숙련도만 떨어질 뿐 의식의 발현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 이는 뉴런이 많은 영역이 당연히 의식에 더 큰 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직관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한다. 2004년 Giulio Tononi에 의해 제시된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이하 IIT)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GNW 모델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의식에 접근했다 [2]. GNW 모델이 의식에 의한 생물학적 현상의 관찰을 바탕으로 이론을 전개했다면, IIT는 의식에 대한 직관적인 공리들을 가정하고 역으로 의식이 무엇인지 정의한다.


Fig 1. Posterior Hot Zone (그림 출처: [1])

 

IIT는 의식이 원소들(e.g. 뉴런) 사이의 정보 처리 메커니즘(e.g. AND, OR, XOR)의 연결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스템의 현재 상태가 주는 정보의 통합에 의해서 의식이 생성된다고 말한다 [2, 3]. 그리고 이를 설명하기 위해 의식의 내재적 존재성(intrinsic existence), 구성(composition), 정보(information), 통합(integration), 배제(exclusion)라는 다섯 가지 공리들을 가정한다. 먼저 첫 번째 공리인 내재적 존재성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변형해 “나는 경험한다. 고로 존재한다.”로 표현할 수 있다. 이처럼 경험한다는 것이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러한 과정이 뉴런들 사이의 메커니즘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정한다. 두 번째 공리인 구성은 경험이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된 것과 같이 의식도 시스템을 구성하는 원소들 사이의 메커니즘에 의한 상호작용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Fig 2. 내재적 존재성과 구성 공리 (일러스트: 팽진희)

세 번째, 정보 공리에서는 경험은 다른 가능한 경험과의 차이로부터 정보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 IIT는 현재의 경험이 가져다주는 정보의 양이라는 개념을 정의하는데, 이는 곧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와 주어지지 않았을 때의 가능한 과거와 미래의 상태에 대한 확률 분포의 차이이다. 예를 들면, 축구 리그에서 팀의 현재 성적은 과거의 어떤 경기에서의 승리 여부(과거의 상태)나 시즌 종료 시 최종 순위(미래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현재 성적을 알게 되는 것은 이처럼 과거나 미래의 가능한 상태의 분포에 변화를 만들기 때문에 의식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Fig 3. 정보 공리 (일러스트: 팽진희, 그림 출처: Premier League)

또한, 네 번째 공리 통합에서는 경험은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질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파란 책을 보는 경험을 할 때, 그것을 책을 보는 경험과 책이 파란색이라는 경험으로 쪼갤 수 없듯이, 오로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irreducible) 의식만이 내재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 이처럼 정보를 통합할 수 있는 정도를 Φ라는 값으로 나타낸다. 마지막 공리인 배제는 우리가 동시에 여러 경험을 할 수 없으므로 의식도 시스템 내에서 유일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시스템에서도 정보를 통합하여 의식이 일어나게 할 수 있는 원소들의 구성은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 배제 공리에 의하면 그러한 구성 중 가장 큰 Φ 값을 가지는 구성만이 지배적으로 의식의 발현에 관여하고, 이때의 Φ 값인 Φmax가 바로 시스템 전체의 의식의 크기라고 할 수 있다.



Fig 4. 통합 공리와 배제 공리 (일러스트: 팽진희)

 

이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서, 의식이 왜 대뇌피질에서 일어나는지에 대해 IIT를 이용해 설명해보자. 대뇌피질과 소뇌를 비교해보면, 대뇌피질은 뉴런의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피드백 고리와 같은 메커니즘에 의해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반면 소뇌는 병렬적으로 평행한 피드포워드(feed-forward)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작은 시스템들로 쪼갤 수 있고, 따라서 정보의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IIT를 이용해 계산한 소뇌의 Φmax는 거의 0에 가까워 소뇌는 의식의 발현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Fig 5).


Fig 5. 대뇌피질과 소뇌의 뉴런 연결 구조 (그림 출처: [2])

GNW 모델과 IIT는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해서도 다르게 예상한다. GNW 모델은 컴퓨터의 성능이 충분히 좋아지면 의식을 가질 수 있다고 예측하지만, IIT는 의식은 시스템의 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재적인 구조가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의식을 가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근에는 두 이론 중 어떤 것이 더 정확한지, 혹은 두 이론 다 사실과 거리가 먼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러분의 선택은 GNW와 IIT 중 어느 쪽인가?


 

[참고문헌 및 그림 출처]

[1] Koch, C. What is consciousness?, Nature Innovations In, 2018.05.09.,

[2] Tononi, G., & Koch, C. (2015). Consciousness: here, there and everywhere?. Philosophical Transaction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 370(1668), 20140167.

[3] Tononi, G. (2012). The integrated information theory of consciousness: an updated account. Archives italiennes de biologie, 150(2/3), 56-90.


Written by GLEAP 9기 유의
Edited by GLEAP 학술팀·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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